발렌시아 여행 첫째날
(파야스에 관한 얘기는 파야스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2011. 3. 19
교환학생 여덟번째 여행지는 발렌시아로 정했다. 발렌시아는 일찌감치 3월 19일~20일에 가기로 확정해 두었는데, 그 이유는 당연히 파야스 때문이었다.
다만 파야스 기간에 가려고 한 것 덕분에 하마터면 노숙을 할 뻔했다. 2~3주전에 숙소를 알아보는 것은 너무 늦었나, 많은 호스텔들이 방이 다 차있었다. 아니면 3~5일을 최소로 묵을 것을 요구해서 예약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비싼 값을 무릅쓰고 호텔까지 알아 보았으나 호텔들도 방이 다 차 있었다. 결국 당일치기로 방을 알아보고 정 안되면 노숙을 하기로 결심을 했는데, 출발 이틀 전 별 기대를 안하고 다시 한번 한 검색에서 호스텔을 하나 찾았다. 방이 남아있었고, 하룻밤 묵는것도 가능했다. 잽싸게 예약을 했다.
발렌시아에 타고 가기로 예약한 버스는 아침 8시 버스였다. 우리 기숙사에 사는 다른 한국인 교환학생들도 그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으므로 우리는 아침 7시에 만나 기차를 타고 같이 버스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한 명이 약간 준비가 늦는 바람에 기차를 놓쳐 버렸다. 이곳 기숙사 앞을 지나는 역의 기차는 시간당 두 대뿐. 어쩔 수 없이 콜택시를 불러 타고 갔다.
발렌시아에 도착 직전 교통체증이 좀 있었다. 그래서 예상보다 약 30분이 늦은 12시 반에야 발렌시아에 도착했다. 보통때와는 달리 일단 호스텔로 향했다. 일단 인파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뒤에 거추장스러운 배낭을 매고 있을 수는 없었고, 그리고 파야스 때문에 매우 늦은 시간에 호스텔로 들어갈 것 같았기 때문에 미리 체크인을 해 놓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였다.
호스텔까지 찾아가는게 순탄치 않아서 호스텔에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모되었다. 그리고 체크인 절차를 마치고 발렌시아 여행 설명을 들으니 두 시가 넘었고, 그 근처에서 점심까지 간단히 먹으니 시간은 두시 반을 넘어 세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엄청난 인파들 틈에 끼여서 인형을 찾아 곳곳을 돌아다녔다. 세라노스 탑쪽에서 구시가지 쪽으로 들어선 뒤, 서서히 남쪽을 향해 걸었다. 비르헨 광장, 레이나 광장을 지났다. 그리고 거기서 시청 광장쪽으로 간다는 것이 길을 잘못 들어 구시가지의 남쪽 끝인 노르테 역으로 가 버렸다.
광장들은 보통 때라면 내가 갔던 다른 도시들의 광장과 비슷했었을런지 모르지만, 그때는 사람들로 뒤덮인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제대로 이동하기 힘들 정도의 사람들에, 곳곳에 사람들이 앉아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쓰레기도 엄청났다.
일단 노르테 역에서 역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좀 취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북쪽을 향해 걸었다. 이번에는 방향을 제대로 잡아 시청 광장을 볼 수 있었다. 시청 광장을 지나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이 보였다. 좀 평범해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이었지만 사람들이 들어가길래, 입장이 공짜라길래 나도 따라서 들어갔다. 나중에 맵을 펴서 확인을 해보니 라 론하(La lonja)였다.
그렇게 한번 왕복을 하니 다시 세라노스 탑으로 오게 되었다. 마침 아까는 발견 못한 입구가 보여서 탑 위로 올라갔다. 탑은 2층으로 되어 있었다. 탑 상부는 올라가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줄을 섰다.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발렌시아의 풍경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인형 위치 파악에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다만 탑 위에 올라가서 보니 저 멀리 미겔레따 종탑과, 종탑 위의 사람들이 보였다. 사실 아까 인파속에서 대성당과 미겔레따 종탑은 입구를 찾지 못해서 그냥 아예 닫았나 생각을 했는데, 오늘 저곳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탑에서 내려온 뒤 대성당쪽으로 다시 걸었다. 다른 방향으로 길을 잡자 다행히 입구가 나타났다. 일단 성당부터 들어갔다. 입장료는 받질 않았다. 사실 내부에서 뭘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문은 열려있었고 관광객들도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다. 나도 그래서 그냥 들어갔다. 천장화를 구경하고,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미겔레따 종탑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도 종탑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좀 기다려야 했다. 2EUR를 내고 종탑을 올라갔다. 확실히 높이 있는 탑이라 그런지 계단을 끝없이 올라가도 탑 옥상이 나오질 않았다. 한 5분쯤 열심히 계단를 올라가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미겔레따 종탑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세라노스 탑에서 바라본 모습과 별반 차이는 없었다. 다만 바로 앞에 있는 레이나 광장이 잘 보였다.
탑 위에서 시간을 좀 보냈다. 사실 마땅히 갈 곳은 없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때 시각이 7시가 좀 넘는 시각이었는데, 인형에 불을 붙일 걸로 예상되는 10시 정도까지는 시가지에 남아 있어야 했었다. 혼자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종탑 위에서 멍하니 발렌시아 시가지를 바라보며, 가끔씩 터지는 폭죽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파야스의 존재를 처음 알려 준 J양과 통화를 하다가 투리아 공원 근처에 올해 수상작 인형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 인형을 포함해 못 본 인형들을 볼 겸, 내일 마드리드 가는 버스 표 시간을 바꿀 겸 해서, 지친 다리를 이끌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인형 구경에 너무 열중하다 방향감각을 잃어서 버스터미널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 버렸다. 버스 터미널로 무사히 되돌아왔지만 몸에 더욱 피로가 쌓여버렸다.
어쨌든 무사히 버스 표를 바꾸고, 인형들을 구경하며 시청 광장으로 이동했다. 약 9시 반부터 그곳에서 죽치고 기다린 끌에 1시에 인형을 태우는 것을 보고, 1시 반쯤 광장을 빠져나와 숙소로 되돌아왔다. 돌아와 씻고 잘 준비를 마치니 무려 두 시 반이었다. 죽은 사람처럼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