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5.
셋째날이 되었다. 전날 맥주밖에 안 마셨는데 숙취가 조금 있었다. 세수하고 면도하고 짐을 챙겨 빠져나왔다.
아짐을 먹으러 이동했다. 갈치조림을 먹고 싶은데 대부분 2인 이상이라 간신히 1인분 주문이 되는 곳을 찾아내서 갔다. 21000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긴 했지만 혼자 먹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다음지도에 갈려있는 평과 달리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하나 사 들고,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성산을 떠났다. 이날의 첫 목적지는 세화해변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해변을 향해 걸었다. 비자림으로 가는 버스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 해변을 좀 둘러볼 생각이었다. 해변으로 오는 중간에 전통시장이 있어 간단히 구경했다.
세화해변도 하얀 백사장에 맑은 바닷물이 펼쳐져 있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이리저리 사진과 셀카를 찍고, 해변가를 따라 계속 걸었다.
계속 걷다 보니 해녀박물관이 나왔다. 사실 여행계획을 세울 때 새화해변은 비자림을 가기 위한 환승장소로만 생각해서 있는 줄 몰랐다. 검색해보니 평도 괜찮고 관람료도 싸서(1100원) 구경하기로 했다.
해녀박물관 구성은 단촐했다. 2개 층에 해녀들의 여러 물건들을 전시해 두었다. 제주도의 생활상과 관련된 전시품도 많았다. 나는 제주도민은 아니지만, 제주도의 아픈 역사가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버스 시간에 딱 맞추어 관람이 끝났다. 곧바로 비자림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약 20여 분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다 내렸다.
비자림에 들어섰다. 산길을 따라 걸었다. 비자림은 풍광이 매우 멋있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숲 안에 있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 다만 배낭이 너무 무거웠다.
다 돌아 나오기까지 한시간 반 정도 걸렸다. 버스 시간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 비자림 입구의 카페에서 조금 쉬었다. 한라봉주스를 마시고 싶었는데 품절이라고 했다. 청귤에이드와 보리빵을 시켜서 먹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마지막 목적지, 만장굴로 향했다. 표를 끊기 전에 화장실에 가려고 하는데 화장실 옆에 물품보관함이 보였다. 기뻐서 짐을 넣으려고 하는데 동전식이었다. 문제는 근처에 동전교환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매표소로 가 표를 사며 물어 보았다. 잔돈을 바꿔준다고 했다. 천원짜리를 거슬러 받은 뒤 짐을 보관함에 넣었다.
만장굴에 들어갔다. 굴이 내부가 굉장히 컸다. 석회석 동굴처럼 종유석이나 석순이 아름답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용암 동굴만의 또다른 느낌이 있었다. 특히 관람로 끝에 있는 용암석주는 매우 인상깊었다. 한가지 바닥이 거칠고 울퉁불퉁한 현무암이라 걷기 힘든 점만 조금 단점이었다.
만장굴 구경도 버스 시간에 딱 맞추어 끝냈다. 제주시로 향하는 긴 여정에 올랐다. 중간에 김녕에서 갈아타야 했는데 환승 시간이 30여 분 정도 생겨 김녕 해안만 잠깐 구경했다.
7시반, 나는 숙소가 있는 제주시 연동에 도착했고, 곧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처음에 찾아두었던 쭈꾸미집은 2인 이상 주문이어서 포기, 두번째 후보였던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다행히 1인주문이 되었다. 닭갈비를 맛있게 먹고, 숙소로 들어왔다. 엄청 피곤했다. 이날도 2만보 가까이를 걸었고, 게다가 무거운 배낭과 함께였다. 욕조에 몸을 푼 뒤 곧바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이튿날, 6시 반에 일어나 씻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맥모닝으로 아침을 먹고 곧바로 공항으로 갔다. 그리고 10시에 제주도를 떠나는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나의 제주도 여행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