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4.

 

둘째날이 되었다. 세수하고 면도하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좋아지기를 바랐지만 여전히 흐렸다. 제사때문에 바뀌게 된 일정을 다시 한번 저주하며 길을 나섰다.

 

아침을 먼저 먹으려 했다. 그런데 갈치조림 집으로 찾아놓은 곳이 가니 문이 닫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선택한 곳은 짬뽕집이었다. 8천원짜리 해녀짬뽕과 1만5천원짜리 특해녀짬뽕이 있어 고민하다가 특으로 골랐는데...이번에도 가격 대비 별로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건더기만 많았는데 게는 먹을 것이 바로 많지 않았고 문어는 그저그랬고 새우도 약간 독특(?)한 새우여서 살을 발라먹기가 쉽지 않았다.

 

뭔가 마실까 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가게 옆의 망고홀릭은 문을 닫았고, 근처의 빽다방으로 갔다. 아이스라떼를 샀다. 성산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라떼가 생각보다 입맛에 맞지 않았다. 반 정도 마신 뒤에 버렸다.

 

약 20분 뒤 성산항이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봐둔 대로 승선신고서 2부를 작성하고 표를 사러 갔다. 어느덧 시간이 10시 반이 넘어 있어 11시 배를 타야 했다.

 

배에 올라탔다. 우도까지는 15분 정도 걸렸다. 내가 탄 배는 하우목동항에 사람들을 내려주었다. 내리자마자 전기자전거와 스쿠터 등을 빌려주는 가게가 진을 치고 있었다. 몇 군데 물어보다가 결국 항구 가장 가까이 있는 가게가 제일 싸서 그곳에서 빌렸다. 계좌이체로 돈을 넣고 계약서를 쓰고 신분증을 맡기고 자전거를 받았다.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 보는데다가 중간중간 모터가 밀어주는 전기자전거가 처음에는 타는 게 익숙하질 않았다. 타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고, 곧 해안가 도로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우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망루등대를 지나 하고수동 해수욕장까지 이르렀다. 슬슬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해가 뜨니 바닷가가 더욱 예뻐 보였다. 아침에 날씨에 대해 품었던 짜증이 다 풀렸다.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조금 더 달려 비양도에 들어갔다. 자전거를 잠깐 세우고 등대까지 잠시 걸어갔다 왔다.

 

해가 뜨니 한가지 불편한 점이 눈이 부시단 점이었다. 아예 포기하고 숙소에서부터 선글라스를 가지고 오지 않았던 터라 딱히 방법이 없었다. 아니 그 전에 렌즈를 끼지 않아 선글라스가 있어도 쓸 수 가 없었다. 날씨 정보를 지나치게 믿은(?) 나를 탓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달려 검멀레해변까지 왔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건너 보이는 동안경굴과 후해석벽을 배경으로 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계속해서 달렸다. 고민하다가 우도등대쪽으로 가보기로 하고 자전거 방향을 잡았다. 전기자전거라 오르막길을 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었다. 중간에 내려야만 했다. 아직 등대는 한참 남아 보이는 상황, 고민하다가 발걸음을 내딛었다.

 

길목의 가게에서 우도땅콩초콜릿을 팔고 있었다. 조금 구경하다가 가려고 하니 아주머니가 먹어보라며 샘플을 주셨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지두청사가 나타났다. 산중턱에 평원이 펼쳐져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멀리는 성산일출봉이 보였다.

 

고민을 하다가 우도등대까지는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목에서 우도땅콩초콜릿을 구입했다.

 

계속해서 달리니 천진항에 도착했다. 방향을 동쪽으로 꺾어 한반도여를 보러 갔다. 한반도 모양의 돌이라는데, 나는 특별한 점은 못 느꼈다.

 

 우도 여행의 끝이 어느 덧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온 곳은 서빈백사장이었다. 이곳을 우도에서 가장 장관으로 꼽은 사람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내 눈에는 그냥 평범한 제주도의 해안이었다.

 

서빈해안에서 조금 더 달리니 다시 하우목동항에 도착했다. 아직 시각은 두시가 채 되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간단히 점심을 먹으려고 우도 중심부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검색해둔 우도김밥집을 가니 예전에 보았던 땡초참치김밥 등의 메뉴는 더 이상 팔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김밥을 먹을까, 여기서 다른 메뉴를 먹을까, 다른 곳을 갈까, 점심을 먹지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전복라면을 시켜서 먹었다. 제주도에와서 전복을 진짜 많이 먹는 것 같다.

 

배를 채우고 하우목동항에 돌아왔다. 자전거를 반납했다. 이제 3시였다. 4시 배를 타기로 하고 근처의 카페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땅콩스무디를 시켰는데 맛이 좋았다.

 

잠시 쉬고 늦지 않게 4시 배를 타러 갔다. 배가 4시, 4시 반 두 차례밖에 안 남아서인지 돌아가려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올때보다 사람이 훨씬 많이 탄 느낌이었다.

 

성산으로 돌아오니 4시 15분이었다.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남았고, 그렇다고 성산일출봉을 갔다오기에는 등산하는데 40여 분 걸린다고 했는데 시간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피곤했다. 잠시 생각하다 식산봉과 오조포구쪽을 더 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성산항에서 갑문길을 따라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조리 습지는 지금까지 보던 현무암 해변과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신선했다.

 

구경을 마치고 길가로 빠져나와서 버스를 탔다. 5시가 좀 넘은 시각에 숙소에 도착했다. 여행 이틀째라 그런지 피로가 좀 쌓인 느낌이었다. 게스트하우스 파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씻고 여행일지를 쓰면서 쉬었다. 8시에 파티에 갔다가 숙소로 다시 돌아와 잠을 청했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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