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5

 

알람을 맞춰 두지 않았더니, 9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창문을 열어 보니 비가 꽤나 내리고 있었다. 아침에 잠깐 망설였으나, 오늘 하루를 계속 숙소에서만 보내기에는 뭔가 아까웠다. 게다가 내일되면 비가 완전히 그친다는 보장 또한 없었다. 빗속 운전이 조금은 걱정되긴 했지만, 무리하지 않으면 위험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움직이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겼다.

 

묵었던 호텔은 시설은 좋았는데, 사람이 없고 조금 낡은 느낌이었다. 사람이 없는 것이야 휴가철이 끝난 시점이니 그렇다 쳐도 시설이 낡은 점은 조금 그랬다. 그게 불편했다는 것은 아니었고, 방 안에서 와이파이가 될 정도로 나름 트렌드를 따라 잡으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열쇠식 객실키, 지하 1층 온천탕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구식 느낌의 시설들은 호텔에서의 즐거움을 깨게 만들었다.

 

이 호텔에서뿐만 아니라, 이번 여행에서 전반적으로 받은 느낌이 그것이었다. 여행지들은 괜찮은 것 같은데, 사람이 없고, 전반적으로 관광 인프라가 낙후된 느낌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이 없는 것은 휴가철이 끝났기 때문이라 쳐도, 주요 관광지 주변의 시설은 2010년대 보다는 70~80년대의 느낌을 주었다.

 

일단 근처에서 밥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근처에 전주로얄식당이라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차를 몰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라 그런지 손님이 없었다. 맛은....그냥 평범한 시골 식당의 맛이었다.

 

비바람을 헤치고 차를 몰아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빗속이라 조심스런 운전 상태를 유지했다. 생각만큼 비바람 속에서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았다. 다만 비바람이 몰아치는게 차를 타고 내릴 때 조금 불편했다.(옷이 젖으니까) 중간에 잠깐 휴게소에서 내렸는데, 창밖으로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모습은 지금까지 보던 바다와는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

 

약 40분 정도 달려 성류굴에 도착했다. 한가한 주차장에서 무슨 주차비를 2000원이나 받았다. 주차비를 내고 성류굴로 이동했다. 비바람이 치는데 이동하는 것은 역시 짜증나는 일이다. 표를 끊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접한 광장은 평범한 동굴이어서 이런 곳을 무슨 명소라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자 곧 아름다운 석회동굴의 모습을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자연이 빚은 신비였다. 독특한 조명과 풍경, 가끔씩 똑,똑 하고 나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내 마음을 바다와는 다른 방식으로 울렸다. 동굴의 풍경에 취해 구경을 하고 나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끔씩 높이가 너무 낮은 통로가 있었다. 헬멧을 쓰고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머리를 다쳤을지도 몰랐다.

 

바깥은 비바람이 여전했다. 시간은 아직 두시밖에 되지 않아서, 나는 한군데를 더 가기로 했다. 불영사로 향했다. 중간에 불영사계곡을 지나게 되었는데, 불영사계곡도 경관이 굉장히 좋았다. 맑은 날이었다면 더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았다. 구불구불한 계곡길을 경관을 감상하며 천천히 달렸다. 그런데 막상 불영사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표를 끊으려 했더니 매표소 아주머니가 바람 불어서 나무 휘날리고 하니 다른 날 올 것을 권했다. 실제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기에 바깥에서 구경을 하기에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잠시 고민하다 발길을 돌렸다.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태풍이 원망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중간에 민물고기 생태체험관을 들를까 했으나 패스했다. 울진 읍내로 들어섰다. 네시로 조금 이른 시각이었지만 비바람이 몰아쳐서 여행도 힘들고, 주변에 마땅히 가 볼 만한 곳도 없었다. 조금 일찍 점심을 먹었으니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거리에는 사람도, 영업을 제대로 하는 식당도 없었다. 첫번째 찾은 곳은 지도가 잘못되었나 실제 그 위치에 없었고, 두번째 갔던 집은 쉬는 시간이라 지금은 식사가 안 된다고 했다. 세번째 간 곳도 문이 잠겨 있었다. 비바람 속에 차를 대고, 식당 가고, 그러다 보니 지쳤다. 그냥 모텔로 바로 들어가기로 했다. 찾아 두었던 모텔로 이동한 뒤 치킨을 주문했다. 다행히 치킨은 배달시켜 준다고 했다.

 

신축 모텔이라 그런지 시설은 좋았다. 비에 젖은 몸을 씻고 배달 온 치킨을 먹었다. 일지를 쓰고 잠을 청했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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