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4

 

찜질방은 역시나 잠이 잘 오질 않았다. 게다가 모기까지 수면 방해에 가세했다. 7시쯤 잠에서 깨어나 조금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 씻고 짐을 챙겼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찾아두었던 AJ렌터카 포항지점으로 향했다. 계획한 대로 여행을 하려면 편도 반납이 가능해야 했고, 그래서 규모가 좀 있는 렌터카에서 차를 빌려야 했다. 가서 무작정 조건을 말하며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의외로 크게 문제는 없었는데, 편도 반납 수수료가 꽤나 비쌌다. 3일 렌트료가 13만원인데 편도반납 수수료가 11만원이었다! 4일 렌트할 경우 비용은 20만원이었다. 이것저것 고민을 해 보다가 편도반납을 하겠다고 했다. 태풍이 오는데 해안도로 여행이 괜찮겠느냐는 질문에는 직원이 답을 해 주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차를 빌렸다...

 

운전 경험이 일천한 나인지라, 처음에는 차 모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뭔가 조금 부자연스럽고, 휴대폰 거치가 제대로 안 되어서(나는 내비게이션을 빌리지 않았다.)중간에 떨어지자 다시 거치시키기 위해 갑자기 긴급정차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운전이 익숙해지기 시작해졌고, 나는 7번국도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강구항이었다. 입구에서 영덕대게거리라고 화려하게 꾸며 두었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내렸다. 조용한 바닷가와 갈매기를 바라보니 좀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다만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대게가 철이 지났고, 또 관광지의 식당은 별로 끌리지 않아서 식사를 하지는 않았다.

 

차를 몰고 남쪽의 삼사해상공원으로 갔다. 사실 먼저 들렀어야 하는데 무작정 여행을 하다 보니 강구항 먼저 들렀다가, 지도를 보면서 뒤늦게 가야 겠다고 생각해서 방향을 잡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공원은 되게 크게 지어져 있었지만....역시 사람이 없었다. 안에 있는 숙박시설과 식당도 조금 시간이 흘렀다는 느낌이 들었다. 존재 이유를 알수 없는 경북대종(성덕대왕 신종을 본따 만들었다고 했다)이 있었다. 어촌민속전시관이 있었는데 월요일이 휴관이라 들어가 볼 수 없었다. 그냥 공원을 한 바퀴 쭉 돌고 차로 되돌아왔다. 해안가의 풍경은 그래도 볼 만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역시 사전정보가 없었으니, 급하게 맛집이라고 찾은 곳을 갔다. 처음에 간 곳은 나비산기사식당이라는 곳이었는데.....쉬는 날이었다! 월요일부터 여행을 시작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영덕 읍내에 있는 맛집으로 새로이 가기로 했다. 지도를 찾아가니 골목길이라 의아했지만 정말로 '아성식당'이라는 간판과 함께 식당이 있었다. 느낌이 가정집을 개조한 느낌이었다. 음식을 시키려고 하니 1인분이 안된다고 했다. 최소 3인분 이라는 말에 옥신각신하다가 불판 없이 2인분을 주문받기로 합의했다. 막상 받아든 음식은 정말로 맛있었다. 왜 주문을 안 받으려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간장에 노른자를 푼 소스에 불고기를 찍어먹는 것은 처음 먹어보는 독특한 맛이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읍내로 조금 걸어서 이동했다. 현금도 뽑고, 커피도 마실 겸 해서였다. 찾아보니 신기하게도(?) 이디야커피가 있어서 찾아갔는데......또 휴업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를 샀다.

 

차를 몰고 영덕 읍내를 벗어났다. 여담이지만 읍내 운전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2차선 도로에 곳곳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고, 인도가 없어서 사람들이 그냥 걸어 다니는 관계로 사람과 차가 섞인 카오스 속에서 조심스레 운전해야 했다. 지금까지 운전해야 했던 길과는 달리 2차선의 산속 도로로 접어들었다. 아직도 지도를 보는 감이 익숙치 않아서 또 엉뚱한 길에 접어들었다. 중간에 차량을 돌렸다. 다행히 포인트를 잡고 단 한번에 차를 돌렸다. 운전 실력이 점점 늘고 있다.

 

해안가에 도착했다. 다시 북쪽으로 드라이빙을 했다. 바다를 보며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중간에 풍광이 좋은 곳이 있어서 잠깐 차를 대고 내렸다. 특이하게도 방파제에 꽃게를 그려 두었다. 다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등대 하나가 보였다. 이게 청포말등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중이라 가까이 가 볼 수는 없었다. 멀리서 사진을 찍고, 인근의 해맞이공원에도 내려갔다 왔다. 조금은 천천히 바다의 풍광을 감상하고 싶었으나.....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황급히 차로 되돌아왔다.

 

풍력발전단지 쪽으로 접어들었다. 실제로 거대한 발전기들을 직접 보니 느낌이 달랐다. 저렇게 거대한 것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발전 단지가 구경하기 좋게 마련되어 있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다. 거대한 발전기들과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이라고 마련되어 있길래 가 보았는데, 여기도 월요일 휴관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7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고래불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슬슬 바다가 감흥이 없어지는 시기라, 들르지 않을까도 했으나 이름이 너무 특이해 중간에 차를 세우고 말았다. 거대한 고래 조형물이 해수욕장 입구에 서 있었다. 설렁설렁 해변을 걷고, 갈매기와 파도를 바라보았다.

 

다시 차에 올라탔다. 벌써 네시 반이 넘어 있었다. 점심을 좀 늦게 먹긴 했지만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조금 더 북쪽의 후포항에 찾아둔 맛집이 있었다. 다행히 여기는 1인분 주문이 된다고 했다. 물회를 시켜 먹었다. 이번 선택도 괜찮았다. 물회도, 같이 나온 매운탕도 너무 맛있었다. 기분좋게 배를 채우고 식당을 나왔다.

 

어느덧 하루동안 영덕을 다 지나 울진까지 올라왔다. 아직 숙소 들어가기엔 시간이 괜찮은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한 군데를 가기로 했다. 월송정이었다. 월송정은 셋째날 간 망양정보다는 별로였는데, 그 즈음 비가 쏟아져서 날씨가 조금 별로인 탓도 있었고, 그 정자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 몰지각한 사람들....때문이기도 했었다. 월송정을 마지막으로 첫째날 여행을 마쳤다.

 

후배가 추천해 급 숙소로 잡은 백암온천의 성류파크 관광호텔로 향했다. 어느덧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고 있었다. 조금 구불한 산길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온천욕을 하고 여행일지를 쓰고 잠을 청했다. 내일의 일기는 어떻게 될까 고민하며......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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