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30

 

이날은 푹 잘 수 있었다. 어제보다 소음이 심하지도 않았고 짐 꾸러미 속에서 귀마개를 찾아내 귀를 틀어 막고 잤었기 때문이었다. 8시간을 푹 잔 뒤 어제처럼 씻고 아침을 먹었다.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다행히 체크아웃 후에도 짐을 놔둘 수 있었다.

 

S-bahn을 타고 이자토르 역에서 내렸다. 지도에 간단히 나와 있는 거라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멋졌다.

 

길을 걸어 마리엔 광장으로 간 뒤, 그곳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데온 광장과 테아티너 교회를 보고, 레지덴츠 정원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레지덴츠의 입구를 찾지 못해 약간 헤맸다. 남쪽으로 좀 내려가서야, 그것도 개축공사로 인한 가림막으로 인해 찾지 못할 뻔 했다.

 

레지덴츠는 오디오 가이드가 무료였다. 오디오가이드 덕분에 조금은 더 이해를 하며, 조금은 여유롭게 구경을 했다.

 

근데 레지덴츠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사실 이제서야 좀 깨달은 것이지만, 유럽내의 문화 유적들이 특색있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궁전도 조금씩 비슷하고, 성당들도 조금씩 비슷한 느낌이었다.

 

보물관까지 구경을 마치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서둘러 마리엔 광장으로 걸었다. 다행히 11시가 되기 직전에 도착, 인형이 움직이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종소리만 나서 왜 안 움직이지 하고 있었는데 정각에서 한 2~3분이 지나야 인형들이 움직였다. 사실 인형들이 정해진 트랙들을 따라 계속 움직이는 것이었다. 인상깊은 것은 아니었지만 신기하긴 했다.

 

장크트 미하엘 교회와 성모 마리아 교회를 구경했다. 뭐 교회를 보는 것에 대해 이제 별 감흥은 없지만, 성모 마리아 교회에서는 가운데 복도에 대형 십자가가 공중에 걸려 있는 것이 인상깊었다.

 

카우프호프 백화점에 들어갔다. 사실 전날부터 쇼핑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만년필을 사기 위해서였다. 지하 1층에 바로 필기구 매장이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펠리칸 것으로 하나 샀다.

 

어느덧 12시였다.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마리엔 광장 근처의 자츠켈러라는 식당으로 들어가 소시지(바이스뷔르스트)를 시켰다. 여기서도 너무 많이 시켜버렸다. 나는 분명히 소시지만 나오냐고 확인을 하고 시켰는데, 정작 빵과 프리첼도 잔뜩 나왔다. 아깝지만 시킨 소시지 3개 중 반개는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으며 만년필을 한번 시범삼아 써보니 굵기가 M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글씨가 두꺼웠다. 그래서 교환하기로 마음먹고 다시 백화점에 갔다. 그런데 F굵기의 만년필중에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일단 F굵기 만년필 자체가 적었고, 직원이 제시한 것 중 하나는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았고 하나는 카트리지 방식이 아니었다. 결국 환불을 했다. 사는 것은 프랑크푸르트에서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호스텔로 돌아가 잠시 쉬다가, 짐을 챙겨 뮌헨역으로 갔다. 역이 코앞이었으므로 택시를 탈 필요는 없었다.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ICE에 올라탔다. ICE 탑승소감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독일의 고속철도라는 선입관(?)과는 다르게 중간중간 신호대기로 인한 정차가 좀 있었고, 실제로 살짝 연착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역방향 좌석에서 세시간 가량 타서 그런지 머리가 굉장히 아팠다.

 

오후 여섯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프랑크푸르트 역에 도착했다. 다시 무거운 이민가방을 질질 끌고 민박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역에서부터 거리가 생각보다 조금 되었지만, 메모해둔 대로 길을 찾아가니 민박집이 나타났다. 짐을 풀고 민박 아주머니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었다. 씻고 잠을 청했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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