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8

 

전날의 피로를 이겨내고 아침 7시 반에 일어났다. 세면을 하고 아침을 먹었다. 이곳 호스텔도 아침상이 나름 화려했다. 빵, 우유, 치즈, 햄, 쿠키, 시리얼, 요거트, 주스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HI Hostel 계열이 아침은 잘 나오는 것 같다.

 

호스텔을 나와 바로 앞의 폰델 공원을 걷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일단 지도를 한 장 얻을까 해서 라이체 광장으로 갔다. 그런데 너무 이른시각이었나 관광안내소가 열지를 않았다. 광장도 한산해서 별 볼거리도 없었고, 나는 방향을 틀었다.

 

다이아몬드 공장인 코스터를 먼저 갔다. Free Admission이라고 해서 공짜로 들어왔는데, 막상 들어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서성이니 누군가 와서 국적을 물어보고, 한국인이라고 하니 한국어 할 줄 아는 사람 데려온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조금 불쾌한 일이 있었다. 처음에 나에게 언어를 물어보길래 별 생각 없이 "English!"라고 하니 "No Chinese?"라는, 정말 불쾌하고 황당하고 무례한 반문이 되돌아왔다.

 

아무튼 한국인 직원 한 분이 왔고, 그 분을 따라가니 기프트샵이 나왔다. 둘러보고 가라고 했다. 나는 여기서 다이아몬드 가공 과정이라든가 그런 걸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대충 구경을 했지만 잘 모르는 다이아몬드 장신구들이 눈에 잘 들어올리는 없었다. 대충 구경하고 출구 표시를 따라 나왔다.

 

그런데 출구를 나오니 다이아몬드 박물관이 보였다. 마침 고흐 미술관이 열기까지는 시간도 남고 해서, 박물관에 들어갔다. 다이아몬드와 암스테르담의 다이아몬드 가공산업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 일단 간단한 5분정도 되는 소개영상을 보고, 그 다음 관람을 했다. 의외로 이런저런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었던 유용한 공간이었다.

 

슬슬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고흐 미술관으로 갔다. 그런데 미술관 앞의 줄이 꽤 길어 보였다. 나는 지레짐작으로 아직 미술관이 문을 열지 않아서 일거라 생각하고, 일단 잠깐 남은 시간에 뮤제움 광장과 콘세르트헤보를 보았다.

 

10시가 약간 넘은 시각, 나는 다시 고흐 미술관 앞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줄이 전혀 줄어 있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줄을 섰다. 그런데 줄어드는 속도가 꽤 느렸다. 알고보니 카운터가 겨우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각종 카드를 소지한 우선순위자용) 30분을 기다려서 겨우 입장을 했다.

 

하지만 미술관 자체는 맘에 들었다. 감자 먹는 사람들, 해바라기 등 유명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었고, 고흐의 생애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별관에서는 피카소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서, 그것도 구경하고 왔다.

 

미술관 구경을 마치니 12시 반이 되어 있었다. 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라이체 광장 근처의 와가마마라는 일식집에서 먹었다. 나쁘진 않았고 배도 꽤 불렀는데 문제는 역시 비쌌다.

 

라이체 광장에서 트램을 탔다. 트램 가격이 2.6EUR이나 했다. 역시 유럽의 물가는 너무 살인적이었다. 게다가 리스본에서 느꼈던 트램의 단점(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며 덜컹거림이 심함)도 그대로였다. 담 광장에서 내렸다.

 

사람이 북적이고, 공연을 하는 사람, 분장을 하고 관광객의 카메라를 기다리는 사람 등등이 있는 전형적인 광장의 모습이었다. 서쪽에 왕궁이 서 있었는데 개축공사를 위한 가림막 때문에 제대로 보질 못했다. 동쪽의 2차대전 희생자 추모비를 본 뒤 남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베긴회 수녀원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잘 찾아봐도 나타나질 않았다. 길을 걸어가다 중간에 트램에서 본 경치와 똑같다는 것을 보고 트램 궤도를 역추적하며까지 찾아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암스테르담 역사 박물관뿐이고 그 옆에 있어야 할 수녀원은 보이질 않았다. 결국 포기했다.

 

꽃 시장에 들어섰다. 꽃 시장이라고 해서 화사한 볼거리를 기대했었는데, 막상 꽃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고 꽃과 관련된 이런저런 용품, 화분이라든가 구근이라든가 하는 것들의 비중이 꽤 있었다. 그래도 예쁜 꽃들이나 선인장이 꽤 있었다. 그리고 튤립 구근이 많이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가 튤립땜에 한번 나라가 거덜난적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니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다.

 

동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렘브란트 광장이 나왔다. 화가 이름이 붙어서 그런가, 광장에는 그림을 그려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계속 걸어 마헤레 다리를 보고, 워털루 광장으로 갔다. 마헤레 다리는 낮에 보아서 그런지 다른 다리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워털루 광장도 찾지를 못했다. 아니면 내가 본 곳이 워털루 광장이 맞는데 사람이 없어서 알아채리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도에 나온 곳 주변을 방황하다 결국 다시 북쪽으로 걸었다.

 

남교회를 구경하고, 자그마한 시장이 열린 니우브마르크트 광장을 지나, 차이나타운을 거쳐 중앙역에 도착했다. 4시 반이라는 이른 시각이었지만, 계속 걷느라 피곤했고, 마땅히 갈 곳도 없었으므로 여기서 여행을 마치기로 했다. 중앙역에 들어가 내일 브뤼셀로 가는 기차의 시각을 확인하고,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암스테르담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점이 많았다. 먼저 사람들이 굉장히 영어를 잘 했다. 어지간한 곳에서는 영어가 통했다. 반대로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스페인에서 살다 온 나에게는 이 환경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위에 헤맸던 얘기가 나오듯이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암스테르담 곳곳을 가로지르는 물길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을 한다. 나는 여행에서 길을 찾을 때 길 이름과 방향감각을 바탕으로 장소를 찾아나간다. 그런데 길 이름이 모두 적힌 상세한 지도는 관광안내소에서 받질 못했고(정확히는 유료로 파는지라 사질 않았다.), 물길 때문에 방향감각이 많이 헷갈렸다.

 

그리고 도시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뒤늦게 가이드북을 보니 내가 있었던 이날(5월 8일)이 5월 둘째주 일요일이라 자전거의 날이라고 했다. 낮에는 나름 날씨가 더워서 고생을 좀 했고, 트램 비용도 꽤 써야 했던 점을 생각하면 나도 자전거를 빌려 타고 돌아다닐걸 하고 후회를 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도로는 또다른 면에서 신기했다. 나름 수도이고 북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같은 대로는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도 많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로를 그냥 횡단했다. 여기에 트램까지.......이런 상황에서 사고없이 교통체계가 잘 굴러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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