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7

 

이번 여행의 최초 계획은 사나흘간의 파리 여행이었다. 하지만 점차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먼저 여행계획에 몽생미셸과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있었던 해안을 보기 위한 이틀을 추가했다. 여기에 시험 끝나는 날짜가 갑자기 밀리면서(나는 학사력에 나온대로 26일까지 모든 시험이 끝날 줄 알았지만, 막상 시험 시간표를 보니 28일까지 시험이 있었다.) 학기 끝나고 나서 하는 여행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암스트레담과 브뤼셀을 빼서 여기에 붙였고, 그 결과 이번 여행은 무려 8일짜리 여행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번에 이용한 항공사는 이지젯이었다. 아침 9시 반 비행기였기에, 나는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게이트 앞에 8시 반까지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막상 탑승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비행기가 이륙을 해야 될 9시 반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게이트 앞에서 무료하게 계속 기다려야 했다. 10시가 지나야 탑승이 시작되었고, 비행기가 이륙한 시각은 무려 11시였다. 기내에서는 "악천후 및 기체정비로 인해 연착하게 되어 죄송합니다."라고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1시간 반 연착에 대한 짜증이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예정보다 늦게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파리 북역으로 가기 위해 RER 역을 찾았다. 마침 점심시간이었으므로, 간단히 샌드위치를 사서 요기를 때웠다. 간판을 따라가는데 RER역이 좀 멀어보였다.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어먹으며 계속 걸었다.

 

RER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표를 어디서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동판매기는 카드만 받도록 되어 보였다. 그러다 주위를 보니 기차표 판매 창구 비슷한 곳이 눈에 띄었다. 왠지 유레일패스 개시도 할 수 있을것 같았다.(유레일패스 소지자는 RER이 무료) Information Center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은 뒤 줄을 서 유레일패스를 개시했다. RER 표도 받았다. 다만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기차의 예약은 북역에 가서 해라고 했다.

 

기차는 금방 왔다. 파리 근교의 풍경은 마르세유와는 달리 큰 감흥이 없이 밋밋했다.

 

파리 북역에 도착했다. 복잡한 역사를 헤메며 표를 파는 곳을 찾았다. 줄을 서고 약 20분 기다리니 내 차례가 왔다. 그런데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표가 거의 매진이라고 했다. 남은 하나는 무려 오후 6시 25분에 출발하는 것이었다. 다른 기차는 없냐고 물었지만 없다고 했다. 어쩔수 없이 표를 받아들었다.

 

네시간이 붕 떴다. 가만히 있기는 뭐해서 지도를 펼쳐 보았다. 몽마르트 언덕이 파리북역에서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역을 나와 걷기 시작했다. 안에 있었을 때는 몰랐는데 역 건물이 꽤 멋있었다.

 

몽마르트 언덕에 도달하니 저 높은 언덕 위로 사크레쾨르가 보이고,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이 보였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잔디밭에 다들 자리를 잡고 앉거나 누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크레쾨르 사원 내부를 구경하고, 다른 수많은 관광객처럼 사원 앞 난간에 잠시 걸쳐서서 파리의 풍경을 구경한 뒤, 언덕을 다시 내려왔다.

 

북역으로 다시 돌아오니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다시 지도를 펼쳐들고 보니 이번에는 퐁피두 센터가 눈에 띄었다. 다시 역을 나와 남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리상으로는 몽마르트보다 조금 더 먼 수준이었는데, 이상하게 지치고 의욕이 나질 않았다. 중간에 방향을 꺾어 다시 북역으로 되돌아왔다. 중간에 시장이 있었는데, 그냥 들어가서 구경을 하다가 충동적으로 1EUR을 주고 바나나를 세개 샀다.

 

북역 안에서 약 30분간 시간을 때우고, 5시 40분쯤 밖으로 나가 근처의 Quick에서 햄버거를 사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6시 25분, 드디어 기차에 올라탔다.

 

창밖의 풍경이 스페인과는 무언가 달랐다. 푸르른 초원이 펼쳐졌다. 군데군데 소나 말을 기르는 목장도 눈에 보였다. 늦은 시각이긴 했지만, 서머타임의 영향인지 9시까지는 밤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7시 50분쯤 브뤼셀 남역에 도착했고, 거기서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IC열차로 갈아탔다. 긴 기차여행의 끝에 11시에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했다. 주위가 꽤 어둑한 밤이었고, 많이 피곤하기도 했으므로 택시를 탔다. 숙소로 정한 호스텔에 도착하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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