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카 여행

A Lone Traveler 2014. 9. 16. 22:12



2011. 4. 19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는 톨레도가 되나 싶었다. 하지만 4월 9일에 겪은 불운으로 인해, 나는 부활절 휴가에 잡아놓은 이탈리아 여행을 부득불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1주일이 넘는 긴 부활절 휴가 기간 동안 마땅히 할 일은 없었고, 결국 스페인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가기로 했다.

 

바스크나 갈리시아 등을 1박 2일 정도 시간을 내서 갈까 생각도 했으나, 결국은 그냥 당일치기로 갔다올 수 있는 쿠엔카를 갔다오기로 했다.

 

사람의 변화란 참 무서운 것 같다. 그동안 시간이 빌 때마다 이곳저곳 돌아다녔던 나였는데, 이탈리아 여행이 좌절되고 토일월 3일을 그냥 집에서 눌러앉으니 나가기가 귀찮았다. 그렇지만 그 귀찮음을 억누르고 4월 19일 화요일, 아침 일찍 밥을 챙겨 먹고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내가 타려는 기차는 Regional 기차였기 때문에 가까운 Villaverde Bajo역에도 정차를 했었다. 그래서 아토차역까지 가지 않고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가서 표를 사고 시간표를 보니 왠걸? 아토차역에서 여기는 잘 해야 10분 정도고, 아토차역에서 8시 25분에 출발하는 기차기 때문에 나는 8시 15분쯤에 역에 왔었다. 그런데 여기서 기차가 출발하는 시각은 무려 8시 55분. 황당했다.

 

어쩔 수 없이 무료하게 역에서 기다렸다. 사실 기차는 빨리 왔는데 정차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시간표에 적힌 대로 9시가 가까워서야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Regional 기차라 그런지 전철화가 안 된 단선 철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다만 이상하게 잠이 왔다. 나는 거의 반수면 상태였다. 하지만 쿠엔카 역에서는 제대로 내렸다.

 

쿠엔카 역에 내리자마자 또 황당한 것을 발견했다. 이제 이 역에서는 더 이상 기차표 판매를 하지 않고 표의 판매는 시내에서 떨어진AVE 쿠엔카 역에서만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럼 돌아갈 때 기차는 어떻게 타라고? 기차역을 나가 근처의 관광 안내소 직원과 얘기를 해 보았지만 별 답이 없었다. 결국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관광 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들고, 근처에 있는 버스 터미널로 가 돌아가는 버스를 일단 예약했다. 그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미리 알아본 정보로는 관광지가 있는 쪽이 고지대라 해서, 버스를 탈까 생각도 했지만 걸어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거란 관광안내소 직원의 말에 경치 구경 겸 걷기로 했다.

 

사실 처음 쿠엔카에 내렸을 때는 조금 실망했다. 스페인의 다른 도시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그것은 우에카르 강(Rio Huecar)을 건너 관광지 밀집지역으로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멈춰선 도시? 다른 도시들과 차이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르막길이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그리고 직원 말마따나 오래 걸리질 않았다. 한 20분만에 마요르 광장에 도착했다. 일단 여기서도 대사원에 들어갔다. 오디오가이드를 처음 써 봤다. 그동안 여행은 꽤 많이 다녔지만, 오디오가이드의 경우 옵션으로 돈 지불하는 것이 싫어서 이용을 안 했었다. 써 보니 확실히 유적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계속해서 길을 올라가 성으로 갔다. 성도 실제로 보니 별로였다. 성벽과 문이 아주 약간 남아 있었다. 성벽 위로 올라가 쿠엔카의 풍경을 잠시 감상하다 내려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쿠엔카에 온 것이 썩 즐겁지 않았다.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풍경에, 흐릿한 날씨 덕분에 별로 예쁜 풍경이 나오지도 않았고, 게다가 잠깐이지만 소나기도 왔었다.

 

실망만을 가득 담은 채 천천히 내려와 공중 가옥(Casas Colgadas)를 보기 위해 이동했다. 그곳에서야 나는 쿠엔카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계곡 위에 놓여진 다리 위에서 절벽 위에 지어진 집들을 바라보면서, 그제서야 감탄사가 나왔다. 마침 날씨도 햇살이 비추며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공중 가옥들 구경을 마치고, 그 다음 만가나 탑(Torre Mangana)을 구경했다. 이 탑도 그저 평범한 탑이었다.

 

이제 쿠엔카에서 볼 것들은 다 봤다고 생각했다. 버스 터미널로 이동해 버스 시간을 앞당기고, 3시 30분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로 되돌아왔다.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는지 큰 감흥을 느낄 수 없던 여행이었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