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0

 

투우를 보고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히 동물학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님을 알았고, 이렇게 잔인한 것임을 처음 알았다.

 

마드리드에서의 주말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물론 여행가는 주말과 시험기간을 빼고서지만), 투우를 언제 한번 보러 가야겠다고 여겼다. 빨리 잡는 것이 좋은 만큼, 곧바로 4월 10일에 가기로 했다.

 

출발 전에 간단한 문제가 생겼다. 벤타스 투우장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보았는데, 4월 10일에는 Toros가 아닌 Novillo 어쩌고저쩌고가 씌여 있었다. 궁금해서 스페인어 위키피디아까지 가 봤지만 확실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다행히 기숙사 직원분 덕분에 궁금증을 풀었다. Novillo는 단지 한살 어린 소일 뿐이고,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큰 차이를 못 느낄 것이라는 말에 보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네명의 친구들을 규합할 수 있었다.

 

일단 남자 세명이서 먼저 벤타스 투우장에 네시쯤 도착했다.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투우장이 있었다. 건물은 약간 고풍스러우면서도 뭔가 웅장한 모습이었다. 원형이어서 그런지 콜로세움의 느낌도 조금 풍겼다.

 

일단 표를 끊었다. 미리 친구에게 들은 정보대로 Sol자리 7(을 끊을려고 했는데 나중에 표를 보니 Sol 5였다. 의사소통 할 때 잘못 없었는데? 단지 자리가 다 차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위치는 고민하다 Tenidos Bajo에서 그나마 제일 싼 11~12로 달라고 해서 표를 받았다. 1인당 8.40EUR이였다.

 

투우 시간은 6시였으므로 투우장 바깥에 앉아 노가리를 까며 시간을 때웠다.

 

5시 반, 여자 두 명이 더 도착했고 우리는 곧바로 입장했다. 희한하게 표 검사를 두 번 했다. 투우장 입구에서 한번 하고, 객석으로 올라가기 전 한번 더 표 검사를 했다. 안내원이 많아서 곧바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간단한 식전행사(?)가 있고, 소가 등장하면서 투우는 시작되었다.

 

솔직히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소가 돌진하는 모습은 처음 몇 번밖에 볼 수가 없었고, 거의 대부분 시간 동안 투우사는 투우와 근거리에서 경기를 했다. 투우사가 보여주는 묘기도 처음이야 재미있었지, 점차 반복되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너무 잔인했다. 소의 등에 일부러 상처를 냈고, 거기에 또 장식용으로 무언가를 꽂았다. 피를 계속 흘리며 소는 투우사를 상대하다가 지쳐갔고, 마지막에 투우사가 칼을 등에 꽂으면 소는 쓰러져 죽음을 맞이했다. 쓰러진 소는 세 마리의 말이 나와서 끌고 나갔다.

 

투우 한 경기당 시간은 약 20분 정도, 이것이 6회 있었다. 솔직히 4회쯤 보는 순간 질리기 시작했다. 뻔한 패턴인지라 그렇게 흥미도 없었고, 그렇게 잔인한 것을 계속 볼 용기가 없었다. 아마 혼자 왔었다면 분명히 4회나 5회 경기가 끝나고 일어서서 나가 버렸을 것이었다.

 

게다가 관전 환경도 별로 좋질 않았다. 우리 뒤쪽에 앉은 어르신들은 계속해서 뭐라뭐라 큰 소리를 질러댔다. 정말로 시끄러웠다.

 

투우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곧바로 투우장을 빠져나왔다. 그날 같이 투우를 관람했던 한국 학생들의 일치된 의견은 "생각보다 재미없고, 생각보다 잔인하며, 이런 것에 열광하는 스페인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였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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