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

 

교환학생 아홉번째 여행지는 선정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래 가려던 곳은 막연하게 튀니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프리카를 가본다는 의미가 있었고, 카르타고 유적지도 끌렸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과(나는 프랑스어와 아랍어 둘 다 못한다.) 맨손으로 준비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비행기도 시간이 맞질 않아 수업을 월요일이든 금요일이든 하루는 빼먹어야 했기에, 결국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 다음 후보군은 바스크 지방이었다.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어느정도 유명한(?) 지방이었으므로 살짝 끌렸다. 하지만 여기도 스페인만 너무 많이 가보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속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프랑스 마르세유는 관심은 있었지만, 교통편이 마땅찮을 것 같아서 진지한 고려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검색을 해 보니 의외로 라이언에어가 마드리드-마르세유 구간을 운행 중이었다. 게다가 가이드북을 보니 주변에 아를, 아비뇽이 있었다. 주말 여행으로 적당한 것 같아 이곳으로 여행지를 결정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이 무려 토요일 아침 7시 반이었다. 여행 첫날, 나는 5시 50분의 첫기차를 타기 위해 무려 4시 40분에 일어났다. 이번에는 알람을 듣고 바로 깬 덕분에, 늦지 않게 역으로 가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사실 걱정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비자체크였다. EU 시민이 아닌 승객은 비자체크 카운터에서 확인도장을 받아야 했는데, 그 카운터가 출발 40분 전에 닫는다고 나와 있었다. 6시 50분까지 공항에 가기에는 첫차를 타도 빠듯했다.

 

환승하며 열심히 서두른 덕분인지 무사히 비자체크를 받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하고 나서부터는 또 잠에 빠져들었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둔탁한 충격과, "축하합니다! 당신은 운 좋게도 정시 도착한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라는 요란한 안내방송에 비몽사몽에서 벗어났다.

 

마르세유 mp2 공항은 제 2터미널이고, 저가항공사들을 위한 터미널이라 그런지 규모가 꽤 작았다. 심지어 변변찮은 안내소도 보이질 않았고, 공항 앞도 썰렁했다. 그래도 공항 앞에서 기다리면 버스가 오겠지 했는데(실제로 버스정류장 간판으로 추정되는 입간판이 하나 서 있었다.), 공항 순환버스만 올 뿐, 10분만에 온 버스는 서지 않은 채 그냥 지나쳐 버렸다. 30분만에 온 버스가 와서 타려고 했을 때 아저씨 손짓으로 봐서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렸다. 버스 타는 곳은 여기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좀 더 가면 있는 제 1터미널앞에서 타는 것이었다.

 

약 5분쯤 걸으니 제 1터미널이 바로 나왔다. 여행자 정보센터에서 마르세유의 지도를 받아들고, 공항버스를 탔다. 공항버스 안에서 눈은 처음 보는 프랑스의 풍경에, 귀는 처음 들어보는 프랑스어에 집중되었다. 스페인과는 또 다른 프로방스의 풍경에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생 샤를역에 도착하니 이미 10시 반이었다. 허비된 시간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아비뇽으로 가는 기차표를 사고 보니 약 30분의 시간이 남았다. 지도를 보고 개선문만 잠깐 보고 가기로 했다.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되는 머지 않은 곳에 있었다. 길 근처에서 시장이 열리고 있길래 시장통도 잠깐 끼어들어 구경했다.

 

아비뇽으로 가는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지만 몇 번을 멈춰서더니 결국은 연착했다. 아비뇽역에 도착하자 무려 12시 반이었다. 일단 아비뇽역을 빠져나왔다. 역을 나오자마자 직선으로 쭉 뻗은 대로가 보였다. 걸어 올라가다가 여행자 정보센터에서 지도를 얻고, 추천해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돈은 많이 들었지만 노천 카페에 앉아 먹는 스테이크는 엄청 맛있었다.

 

점심까지 먹고 나니 벌써 1시 반이었다. 아비뇽 교황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교황청에 들어갈 때 입구에서 무료로 오디오가이드를 주는 것을 모르고 그냥 빈손으로 들어가 버렸다. 안에는 별도의 영어 설명이 없었다. 나는 그냥 대충 눈으로 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비뇽 교황청은 겉에서 보기에는 컸고 외관도 인상깊었지만 내부 모습은 그다지였다. 빛이 잘 들어오질 않아 약간 우중충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아비뇽 교황청 구경을 끝내고 로세 데 돔 공원으로 갔다. 크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그리고 공원이 언덕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론 강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생 배네제 다리도 공원에서 잘 보였는데, 론 강과 어우러진 모습은 정말로 인상깊었다.

 

아름다운 아비뇽을 뒤로 한 채 기차역으로 되돌아왔다. 네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아를에 도착했다. 아를역을 나와 론강을 따라 시내방향으로 걸었다. 아를의 경치는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구름이 끼어있었던 탓일까, 아비뇽이 너무 아름다웠던 탓일까? 게다가 론 강을 따라 나 있는 도로는 포장이 되어 있어서 너무 운치가 없었다.

 

시내로 진입했다. 여기서도 일단 여행자 정보센터를 가서 지도를 받아 들었다. 우선 생 트로핌 성당으로 갔다. 성당 구경을 하고, 고대 극장을 보러 갔다. 그런데 곧 닫을 예정이므로 내일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시각이 5시가 좀 넘는 시각이었다. 좀 이른 감도 있었지만, 이날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피곤했으므로 여기서 이날 여행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가까이 있는 에떼 공원(Jardin d'Ete)을 잠시 둘러본 뒤 숙소로 향해 걸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나서 저녁을 먹었다. 숙소가 있던 유스호스텔 근처가 완전히 주택가여서, 식당을 찾는데 고생했다. Quick이라는 패스트푸드점을 찾아내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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