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 여행

A Lone Traveler 2014. 9. 11. 22:55



2011. 3. 13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었다. 톨레도 여행은 원래 단체 여행으로 계획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다리 건너 알게 된 마드리드에서 공부 중인 다른 한국학생들까지 포함해서 원래 6명이 가는 여행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두 명이 개인사정으로 빠져버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파토가 나 버렸다. 결국 나는 톨레도 여행도 혼자 가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원래 가기로 계획했던 12일 전날부터 마드리드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 약간의 비가 온다고 나와는 있었지만, 예상보다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자 나는 당황했다. 결국 토요일에 나는 나가지 않고 기숙사에 눌러앉았다. 하지만 토요일날 방에서 밖의 날씨를 관찰해 보니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구름만 끼었고 심지어 간간히 햇살마저 내비쳤다. 나는 이에 다시 자신감을 얻고 일요일날 날씨를 봐서 톨레도를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일어나서 바깥을 살피고, 구름이 그리 두껍지 않은 것을 보고 곧바로 톨레도로 향했다.

 

톨레도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이드북에는 1시간 15분이 걸린다고 나와 있었지만 직행 버스를 타서 그런지 45분밖에 걸리질 않았다. 톨레도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반이었다. 오래 걸리지 않았음에도 정오를 넘겨서야 톨레도에 닿은 이유는, 순전히 내가 늦잠을 자서 기숙사서 늦게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언덕길을 올라가야 했다. 라 베가 광장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일단 지도를 얻었다. 비사그라 문을 통과하며 톨레도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섰다. 성벽을 끼고 따라 올라서며 시가지와 타호 강을 바라보았다. 뭔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중세풍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인상깊었다.

 

대신 그만큼 길찾기가 쉽지 않았다. 길은 좁고 구불거렸고 갈림길이 너무 많았다. 소코도베르 광장까지 오는데도 길을 잃을 뻔 했다. 자그마한 소코도베르 광장을 지나, 일단 산타 크루스 미술관으로 향했다. 대로변이 아니라 약간 뒤쪽에 있어서 찾는데 약간 힘이 들었다. 또 기독교 미술이 주인 미술관이긴 했지만, 어차피 일요일은 공짜였으니 편한 마음으로 봤다. 그리고 그림말고 조각 등도 꽤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관이 닫는 2시까지 관람을 하고, 소코도베르 광장으로 되돌아왔다.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 헤매다가 한 레스토랑 앞에서 닭요리가 눈에 띄어 들어갔다. 처음 시켰을때는 평범한 요리인가 했지만 닭고기가 굉장히 부드러웠다. 가격은 좀 있었지만 만족스럽게 밥을 먹었다.

 

대사원쪽을 향해 걸었다. 길가에 나열되어 있는 기념품 가게들을 구경했다. 확실히 칼과 세공품으로 유명한 도시라 그런지 이런저런 종류의 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칼 다음으로 많이 전시되어 있는 것은 총 또는 칼 모형, 그리고 세공된 접시였다.

 

톨레도 대사원에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봐왔던 사원들과 구조나, 장식 등은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규모 자체가 굉장히 컸다. 웅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다른 화려한 성당의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봤다.

 

대사원을 나와 서쪽으로 계속 걸었다. 걷다가 나홀로 떨어져 있는 기념품점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칼 자체도 맘에 들었을 뿐 아니라 종업원이 적극적으로 나와서 칼을 사버렸다. 어차피 톨레도 와서 칼은 꼭 살 생각이었으니 별로 상관없었다. 종업원분은 영어도 잘 구사하고 괜찮은 분이셨는데, 문제는 뭔가 좀 그랬다. 할인해주겠다는 말도 먼저 던지고, 내가 준 50EUR 지폐도 위폐감식기에 확인을 안 하고 바로 받았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들을 헤치며 계속 걸었다. 공사중인 엘 그레코의 집을 거쳐 산 후안 수도원에 도착했다. 입장료를 2.30EUR 받긴 했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았다. 수도원이라 그런지 구조 자체는 리스본에서 본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구조가 비슷했다. 나쁘지 않은 수도원이었다.

 

소코도베르 광장으로 되돌아왔다. 돌아오는 길도 험난하긴 마찬가지였다. 하마터면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소코트렌 시각에 늦을 뻔했다. 4시 55분에 광장에 도착, 이미 열차 문을 닫고 검표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 매표소를 물어, 잽싸게 뛰어서 표를 끊고 되돌아왔다. 무사히 열차를 탔다.

 

소코트렌의 코스는 일단 알카사를 한번 보여 준 뒤 성벽 밖으로 나가 타호 강 바깥쪽을 따라 톨레도를 한바퀴 돈 뒤에, 비사그라 문을 거쳐 출발지인 소코도베르 광장으로 되돌아왔다. 톨레도 시가지의 모습도, 타호강이 만들어낸 자연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는 영어로도 안내방송이 흘러나와서 톨레도에 대해서 좀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어느덧 6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소코도베르 광장 근처의 제과점에서 톨레도의 명과 마사판을 샀다. 그리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버스터미널로 되돌아왔다. 다행히 버스가 바로 있었다. 7시쯤 마드리드로 되돌아왔다.

 

전체적으로 운이 좋은 하루였다. 우선 시간이 딱딱 맞았다. 마드리드에서 터미널까지 올 때 이용한 지하철도, 톨레도로 버스도, 심지어 소코트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없이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비가 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낮 동안 오지 않다가, 내가 톨레도를 떠나려는 6시부터서야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나를 일본인이나 중국인 취급하는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그 점도 기분이 좋았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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