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더니, 내 개인적으로도 이번 여행은 애증이 교차하는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안좋은 일이 있었고, 여행의 난이도도 다른 여행보다 더 높았다고 느꼈다.

 

일단 금전적 출혈이 심했다. JR패스를 분실하는 바람에 20만원 가량을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써야 했다. 그리고 체크카드를 잃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더해져서 부끄럽지만 부모님께 전화해서 SOS를 요청하는 촌극도 해야 했다.

 

날씨도 너무 더웠다. 내가 여행한건 대개 방학때니까, 언제 날씨 좋은 때에 여행한 적이 있긴 하냐만은, 그래도 유독 이번 여행이 너무 덥다고 느꼈다. 아마 우리보다 조금 남쪽이고, 섬나라여서 습도가 더 높아서 그렇게 느꼈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하긴 하지만......어쨌든 비나 흐린 날씨 한번 없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밖에서 10여분 가량만 걸으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는 환경이 결코 유쾌하진 않았다.

 

그런 무더운 날씨 덕분에 일본에서 의외로 많이 쓴 돈이 음료수 값이었다. 음료수를 많이 사먹게 된 것은 단순히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만은 아니었다. 일본은 신기하게도 자판기가 굉장히 많았다. 지하철 역 플랫폼, 공원 벤치 근처 등 있음직한 곳뿐만 아니라, 길가다 나오는 골목길에도 자판기가 있을 정도로 자판기 천국이었다. 그렇게 많은 자판기에다가, 음료수가 보통 120~150엔 안팎, 동전 몇 개 넣으면 뽑아먹을 수 있으니, 음료수를 많이 사 먹게 된 것이 당연했다. 매일 5~6병가량, 계산해보니 총 7만원이라는 은근 많은 돈을 음료수에 쓴 것 같았다.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 힘들었던 것은 바로 언어 장벽이었다. 영어를 매우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할 줄 아니까, 그 전에 간 영국과 미국에서는 별로 말이 안 통한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언어 장벽을 심하게 느꼈다. 초급일본어 강의와 애니를 통해 약간 일본어를 할 줄 알았고, 가이드북에 약간의 예문이 실려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일본어로 의사소통은 기초적인 것을 해 보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어떻게 질문을 만들어서 던져도 대답은 손짓발짓으로 알아들었다. 게다가 영어를 쓰기도 쉽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고 들었고, 또한 일본인들이 영어 발음을 어떻게 변형시키는가는 내가 애니를 보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 두 번 영어로 의사소통도 해 보았는데,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는 않는 여행이었다. 일본 여행도 많은 느낌과 영감을 주었다.

 

일본에서 제일 인상에 남았던 것은 교통 체계였다. 일본이 철도 왕국인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일본의 철도망은 거미줄 같았다. 도시 내부도, 도심과 근교도, 도시와 도시간도 모두 잘 철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교토에 있을 때를 빼고는, 이동을 거의 철도에 의지해서 했다.

 

자전거도 도로에 꽤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꽤 많이 마주쳤고, 곳곳에 자전거 주차장도 설치되어 있었다. 비록 친구들에게 "일본에서는 여자들이 힐이나 굽있는 신발 신고도 자전거 잘만 타더라."라고 희화화해서 말하긴 했지만, 사실 자전거 인구가 많은 일본이 부러웠다.

 

그 외에도 많은 새로운 것들, 독특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도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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