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6
교토에서 벌써 3일째, 여행의 끝 하루 전날이 되었다. 오늘은 니시혼간지부터 갔다. 니시혼간지도 어제 간 히가시혼간지처럼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아침부터 문을 열기 때문이었다. 니시혼간지는 법회가 없어서 경내가 조용했다.
니시혼간지 구경을 마치고, 교토역으로 가 버스를 탔다. 그런데 너무 많은 버스정류장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도는 버스를 타 버렸다. 목적지인 도후쿠지에 도착하니 9시 10분이 되었다. 도후쿠지를 찾아가는데 이상하게 표지판이 잘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가이드북의 지도와 감(?)만으로 어떻게 찾아냈다. 도후쿠지는 지금까지 본 사찰들의 종합판 같이 느껴졌다. 5층탑이 서 있었고, 가레산스이식 정원도 있었다. 어제 본 료안지의 석정 영향인지, 도후쿠지의 정원은 조금 감흥이 별로였다.
도후쿠지를 나와 그 다음 목적지로 교토 박물관을 갈까, 기요미즈데라를 갈까 고민하다 먼저 오는 버스에 선택을 맡기기로 했다. 그래서 그 다음 목적지는 기요미즈데라가 되었다. 기요미즈데라를 가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내려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했다. 처음에는 더운 날씨에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짜증났지만, 기요미즈자카에 들어서니 양 옆에 늘어선 가게들 때문에 좀 기분이 나아졌다. 이상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가게들이 내 놓은 이런저런 기념품들을 구경하며 걸어 올라갔다.
교토에서 놓칠 수 없는 명소 중 하나라고 했지만, 나는 절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별 감흥이 없었다.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기요미즈데라에서 바라본 교토 시내의 경치와, 직접 청수를 마실 수 있는 코너였다. 줄이 별로 길지 않아서 나도 청수를 한번 마셔 보았다.
그 다음에는 교토 박물관에 갔다. 시간이 11시여서 일단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나와서 구경을 하는데, 일본 3대 박물관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전시실은 1층이 다였고, 전시내용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알고보니 상설전시관은 개축 공사중이었고, 내가 둘러본 곳은 특별전시관이었다. 이상하게 일본에서 자꾸 공사장만 만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질 않았다. 하지만 별 수는 없었다. 약 두 시간 정도 교토박물관에서 피서를 하려던 계획을 바꿔 30분만에 박물관을 나왔다.
박물관 건너편의 산주산겐도에 갔다. 10000여개의 불상에다가 중간 중간 간논 신 상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했다. 긴 복도를 따라 그 불상들을 전부 구경하고 산주산겐도를 나왔다. 이어서 첫날에 못 간 지온인으로 향했다. 다시 한번 언덕길을 올라 지온인에 들어갔다. 지온인도 절 건물보다는 정원이 아름답고 마음에 들었다.
세시 반,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북쪽의 긴카쿠지를 둘러보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무린안과 난젠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교토 여행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일단 무린안부터 들렀다. 큰 정원은 아니었지만, 꽤나 아름다웠다. 일본에서 본 정원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둘러보는데는 10여분쯤 걸렸지만, 400엔의 가치를 충분히 한 정원이었다. 이어 다시 걸어서 난젠지에 갔다. 난젠지에서 가장 특색있는 것은 수로였다.
절 구경을 마치고, 교토에서의 마지막 여행 장소로 기온을 택했다. 기온과 사조가와라마치를 걸으며 여러 상점들을 구경했다. 구경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교토역으로 돌아온 뒤,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덧 여행이 하루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