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4

 

오늘은 아침 일찍 6시에 일어났다. 일찍 도쿄를 뜨기 위해서였다. 6시반에 모든 짐을 챙겨서 숙소를 나왔다. 전철을 타기 전 한번 더 혹시 분실한 JR패스가 발견되었나 확인했다. 하지만 역시나 없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매일같이 체크를 했지만, 끝내 도쿄를 떠나는 그날까지 나타나질 않았다. 내 30만원은 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렸던 것일까?

 

(도쿄에서 분실한 첫 날에 룸메이트를 통해 알게 된 것인데, 역의 창구 직원에게 말하면 분실물 목록중에 찾고 있는 JR패스가 있는지 검색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역에 들러서 JR패스가 혹시 발견되었나 확인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전철을 타고 시나가와 역으로 향했다. 7시가 되기 전이었음에도 전철에는 사람이 꽤 있었다. 사실 러시아워를 피하려고 일찍 일어난건데, 별 의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 시나가와 역에서 내려 신칸센 표를 끊었다. JR패스가 있었으면 치루지 않아도 될 9800엔을 치루고, 대신 Non-reserved ticket은 열차 등급에 상관 없이 탈 수 있다는 말에 신칸센 최고 등급인 노조미호에 올라탔다. (JR패스를 이용할 경우 신칸센은 노조미 아래인 히카리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열차 자체의 차이는 느끼질 못했다. 아마 정차역의 차이만 있는 것 같다.

 

나고야까지는 꽤 걸렸다. 신요코하마부터 쉬지 않고 달렸음에도, 1시간 반이 지난 9시에야 나고야에 도착했다. 열차가 나고야역에 가까워지자 기차에서 후루룩하는 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쳐다보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무더위 속에서 여행했던지라, 비가 약간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나고야역은 굉장히 컸다. 거대한 크기에 여러 상점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일단 여행정보센터를 찾아 ATM을 물어 돈을 뽑았다. 신용카드도 잃어버렸고, JR패스를 분실한 탓으로 현금도 이제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도쿄에서 룸메이트에게 들은 것과 달리 우체국 ATM에서 쉽게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

 

지하철 역을 찾아 들어갔다. 히시야오도리 공원에서 내려 공원 구경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고야 여행을 시작했다. 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공원이었는데, 그렇게 썩 맘에 드는 공원은 아니었다. 사실 센트럴파크의 영향인가, 이제는 어지간한 공원은 눈에 차지 않는 것 같다. 일단 남쪽의 나고야 TV 타워의 사진을 찍고, 나고야 성을 향해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하철로 겨우 세 정거장 떨어진 곳인데, 히야시오도리 공원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흐릿했던 햇빛이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나고야 성에 들어서자 일단 화장실부터 찾아 선크림을 발랐다. 니노마루 정원을 둘러보고 텐슈가쿠에 들어섰다. 텐슈가쿠 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영어 설명이 없어서 대충 둘러보는 수밖에 없었다. 7층 전망대까지 올라가 나고야 경치를 바라본 뒤 내려왔다.

 

버스를 타고 나고야 역으로 되돌아왔다. 가이드북에 나온 기시멘 집을 찾아 굳이 터미널 빌딩 7층까지 올라가서 점심을 먹었다. 가이드북에 나온 음식점들을 돌아다니며 항상 느낀 거지만,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맛은 괜찮았었다고 느꼈다.

 

신칸센을 타고 교토로 향했다. 교토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50분이 지나자 교토역에 도착했다. 교토역도 꽤나 컸다. 간신히 방향을 잡고 지하철역에 들어섰다. 일단 교토고쇼에 들렀다. 교토고쇼는 가이드 투어 신청을 미리 해야만 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내일의 가이드 투어 신청을 미리 해 놓기 위해서였다. 투어 신청을 하고, 근처의 도시샤 대학 구내를 잠깐 구경했다. 윤동주시인이 다닌 학교여서 교내에 시비가 있다고 했는데, 정확한 위치를 가이드북이 말해주지 않아 보진 못했다. 도시샤 대학을 가로질러 쇼코쿠지로 갔다. 그런데 어제부터 절을 너무 많이 구경해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었다.

 

그 다음에 어디로 갈 까 하다가 니조 성으로 갔다. 그런데 왠걸, 문을 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신센엔만을 구경했다. 작긴 해도 운치 있는 연못이었다.

 

세시 반이 되었다. 시간이 애매했다. 대부분의 관광지(사찰)들이 다섯 시에 문을 닫기 때문이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지온인을 택했다. 또다시 지하철을 타고, 히가시야마역에서 내려 더위 속을 걷기 시작했다. 지온인까지 걸어가는 길에 작은 시내를 끼고 버드나무가 늘어서 있는 길이 나왔다. 도시 한가운데였지만 그런 길을 걸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언덕길을 올라 지온인에 올라서니 다시 기분을 잡쳤다. 지온인의 입장시간이 이미 끝나버렸던 것. 생각해보면 16시 반에 문을 닫는데 네 시쯤 되면 당연히 입장이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예측했어야 되는데, 그것을 생각 못한 내 잘못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두 번이나 허탕을 치니, 비록 체력은 조금 남아있었지만 여행 의욕은 땅에 떨어져버렸다. 또 그리고 이제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일단 교토역으로 돌아갔다. 버스정보센터에서 일단 1-day free ticket과 노선도를 구했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없어서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때웠다. 지도를 보고 걸어서 숙소로 들어갔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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