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3

 

8시에 일어났다. 9시간을 잤건만 피곤했다. 더위로 체력이 약해진 탓일까? 일단 신주쿠 역으로 향했다. 도쿄는 충분히 돌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마쿠라로 가기 위해서였다.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다는 말에 숙소에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신주쿠역에 가까워지자 슬슬 고층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길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애써 오다큐센 신주쿠역을 찾아서 티켓오피스에서 티켓을 끊었다. 근데 이게 웬걸? 게이트 통과가 안되서 살펴보니 JR의 티켓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했지만 머뭇거릴 틈은 없었다. 열차시간에 대기 위해서 급하게 복잡한 역사를 지나 해당 플랫폼으로 향했다. JR 쇼난 신주쿠 급행을 타고 가마쿠라로 향했다.

 

후지사와에는 한 시간 뒤인 열시 반쯤 도착했다. 시골을 생각했는데 왠걸, 어지간한 도시 못지않은 중심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역에 바로 붙어있는 에노덴 전차를 탔다. 바닷가를 끼며 달리는 가마쿠라의 명물이라고 가이드북은 소개했지만, 실상을 골목길을 달리는 전차에 가까웠다. 그래도 바닷가를 달리는 구간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하세역에서 내렸다. 에노덴은 3~4량에 단선 구간을 오가는 전차였으므로 역사 규모도 작았다. 그래도 이런 곳까지 철도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일본이 역시 부러웠다. 역사를 나와 고즈넉한 시골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세데라로 향했다. 더위가 조금 꺽인 것일까, 면역이 된 것일까, 아니면 도쿄는 열섬현상 때문에 더 더웠던 것일까? 어제보다는 덜 덥다고 느꼈다.

 

이 날 가마쿠라의 사찰들을 계속 구경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시골에 위치해 있고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아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물론 관광객은 꽤 있었지만 말이다. 하세데라에서 특이한 것은 자그마한 동굴이 있었는데, 그안에 많은 작은 불상들이 놓여 있었다.

 

이어서 다이부츠를 향해 걸어갔다. 들은대로 꽤나 큰 불상이었다. 다이부츠 내부도 구경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안에 들어가서 구경했다. 생각보다 내부 구조는 단순했다.

 

에노덴 전차역으로 돌아가 가마쿠라역으로 갔다. 가마쿠라 역 주변도 꽤 번화가였다. 일단 점심을 먹었다. 가이드북에 나온 미쓰이라는 우동집을 어떻게 골목길 사이에서 찾아내 거기서 먹었다. 유명한지 기다리는 사람이 꽤 있었다.

 

고마치도리를 따라 구경하며 츠루가오카하치만구에 들어섰다. 여기서는 본당이 언덕 위에 있어서 입구에서 바라봤을 때 배경이 딱 나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경내를 둘러보고 왼쪽 길로 빠져나왔다. 기차값이 아깝기도 했고, 가마쿠라역과 기타가마쿠라역 사이에 사찰들이 위치해 있어서 절 구경을 하려면 어차피 걸어서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2차선 도로가 놓인 시골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후 두시 반의 더운 시각이었지만, 그럭저럭 걸을 만 했다.

 

켄초지에 들어섰다. 경내에 들어서니 무슨 행사를 하고 있었다. 길 양 옆에 사람들이 늘어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가마 한 개가 지나가고 뒤를 승려들이 따르고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겐초지 창건자를 기리는 행사라고 했다. 관광객들이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있어서 조금 촐랑거리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경내의 분위기는 엄숙했었다.

 

켄초지를 나와 계속 기타가마쿠라역 향해 걸었다. 중간에 조치지와 도케이지에도 들를 생각이었으나, 둘 다 열지를 않았다. 조치지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도케이지는 입구 쪽에서 공사를 해서 들어갈 수 가 없었다. 그래서 엔카쿠지를 향해 쭈욱 걸었다.

 

엔카쿠지 구경까지 마치니 세시 반이었다. 너무 피곤했다. 도쿄로 돌아가기로 했다. 30분을 기다려 열차를 타고, 한 시간을 걸려 다시 도쿄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어제 못 간 도쿄타워를 갈 까 했으나, 여러가지를 생각해 봤을 때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다. 결국 오늘도 도쿄 타워는 포기하고 신주쿠로 돌아왔다.

 

그런데 맨 처음 가마쿠라에서 기차를 탈 때는 피곤에 절어 있었지만, 막상 도쿄에 도착하니 기차에서 좀 자서 그런지 약간 기운이 솟았다. 시간도 다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약간 이르기도 해서, 신주쿠를 조금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동쪽 지역의 쇼핑몰들을 둘러보고, 이어 가부기쵸도 한바퀴 돌았다. 사실 별로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신주쿠역 서쪽 지역으로 건너갔다. 신주쿠는 동과 서가 완전히 다르다더니 정말 그랬다. 쇼핑·환락 지구은 동쪽 지역과는 달리, 서쪽 지역에는 고층 건물들이 높이 솟아 있고, 정장을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도쿄 도청 건물을 구경했다. 신주쿠의 랜드마크 건물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처음에는 고층 건물 사이에 가려 잘 보이질 않아 찾아가는데 고생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기 시작하니 정말로 위용 있는 건물이었다. 다만 가이드북에 넷째주 월요일에는 남쪽 타워는 문을 열지 않고, 북쪽 타워는 다섯시 반에 문을 닫는다고 나와 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실제로 관광객으로 붐빈다는 설명과는 달리 한산했고 빈 청사 입구를 경비원 혼자 지키고 있어서 별로 들어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피곤하기도 했다.

 

도쿄 도청 구경을 마치니 어느덧 여섯시 반이 되어 있었다. 신주쿠를 둘러만 본다는 것이 어느덧 한시간이 지나 있었다. 숙소로 발검음을 재촉했다. 전에 봐뒀던 숙소 근처의 100엔 스시점에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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