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2

 

알람에 맞춰 7시 반에 일어났다. 씻고 나갈 준비를 하니 순식간에 8시가 되었다. 첫 목적지 히라주쿠로 향했다.

 

역에 도착하자 아직 8시 반이 채 안되었다. 아직 거리는 한산했고, 가게들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대충 걸어서 거리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역으로 되돌아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감이 잘 서질 않았다. 어리버리 하고 있는 사이에 사람들이 단체로 가는 곳을 따라가다 보니 메이지진구 안에 들어와 있다.

 

거대한 도리이 몇 개를 지나 본당까지 걸었다. 가는 중간에 박물관이 있길래 들어갔다. 조금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들어갔다. 그런데 전시물품이 몇 개 없었다. 알고보니 이곳은 annex, 별관이었다. 박물관 본관은 메이지진구 본당에서 한참 더 들어간 곳에 있었다. 돈이 아깝긴 했지만 이 더위속에 그곳까지 걸어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다시 공원 안을 걸어서 본당에 도착했다. 본당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놓고 소원을 빌고 있었다. 그걸 보고서야 신사가 종교시설임을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소원을 나무판에 적어 걸어놓은 곳도 있었다. 보니까 일본어뿐만 아니라 한글, 영어도 많이 눈에 띄어서, 나도 500엔을 주고 나무판을 사서 소원을 적고 걸었다. 뭘 적을까 하다가 무난히 가족에 대해서 빌었다. 할아버지·할머니의 무병장수를, 아버지·어머니의 사업 성공을, 나와 동생이 애인이 생기기를 적었다.

 

메이지진구는 꽤 큰 편이어서 다시 히라주쿠 역으로 걸어나오니 어느덧 열시가 되었다. 슬슬 배가 고팠다. 가이드북에 나온 라멘 집을 찾아서 아침을 먹었다. 라멘이 1000엔으로 비쌌지만, 비싼 만큼 꽤나 맛있었다. 특히 진한 국물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배를 채우자 벌써 열시 반이었다. 히라주쿠는 어느덧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까 가게들은 대충 구경했으니까, 다이소만 간단히 들어가 구경하고 곧 나왔다.

 

시부야로 향했다. 시부야도 꽤나 번화가였다. 사실 이곳도 쇼핑이나 할 만한 장소여서 크게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다음 목적지인 우에노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들러야 하는 장소여서 전철에서 내렸다. 주켄 하치코 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시부야를 한바퀴 둘러보며 구경했다. 중간에 담배·소금 박물관에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그냥 들어가지 않았다. NHK 건물도 멀찍이서 대충 구경만 했다.

 

JR패스가 없으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도쿄메트로를 타고 우에노로 향했다. 우에노 역에서 내려 곧바로 역에 붙어있는 우에노 공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공원이긴 해도 바깥이니, 매우 더웠다. 계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괜히 센트럴파크와 비교하며 보다 더 넓은 아스팔트에 짜증을 부렸다.

 

우에노 공원을 가로질러 도쿄 국립 박물관에 들어갔다. 더위가 절정에 이를 때는 역시 실내가 최고였다. 도쿄 국립 박물관에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일본 예술품들, 불교 문화재, 옛날의 생활용품들, 무사들의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일본만의 독특한 것도 있었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다. 대영박물관이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그리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많이 쉰 것을 감안해도 구경을 마치니 두 시 반이 넘어 있었다.

 

가장 더운 시간의 피서는 끝냈으니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역으로 돌아가야 하니 다시 공원을 가로질렀다. 중간에 도쇼구에 잠깐 들렀다. 아쉽게도 공사 중인 건물이 있었다. 시노바르노이케라는 인공 연못에도 갔다. 연꽃이 연못을 뒤덮은 모습이 장관이었다.

 

아사쿠사로 향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나카미세 거리가 보였고, 양 옆으로 쭈욱 늘어선 가게들과, 거리를 꽉 메운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이 보였다. 정말로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거리에 사람이 가득 찼다. 가이드북에 나온 경단과 과자 집을 찾아 주념벌이를 조금 하면서 주로 거리를 채운 기념품 가게들을 이리저리 구경했다. 여기서 그냥 일본에서 꼭 사가고 싶었던 마네키네코를 사 가기로 마음먹고, 가게들을 좀 더 세심히 둘러보았다. 막상 직접 사려고 하니 다양한 고양이들 중에서 어떤 것을 사가야 할 지 잘 판단이 서질 않았다. 거리를 한 번 왕복을 한 후에야 마네키네코 세개를 골랐다. 내꺼, 동생꺼, 그리고 집에 갖다놓을 거.

 

나카미세 거리를 지나 센소지에 들어섰다. 여기서도 소원을 열심히 빌어 보았다. 향도 직접 사서 피워 몸에 뿌렸고, 오미쿠지도 뽑아 보았다. 오미쿠지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그곳에 붙어 있는 영어 설명만 읽어보고 뽑은 오미쿠지를 집에 가져와 버렸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다행히 뽑은 오미쿠지는 吉이었다.

 

센소지와 그 주변 거리도 다 둘러보니 어느덧 다섯시쯤 되었다. 아까 주념벌이를 조금 하긴 했지만, 슬슬 배가 고팠다. 그래서 저녁을 먹을 겸 해서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또 가이드북에 나온 몬자야키 집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찾지 못한 채 다시 지하철역으로 돌아섰다.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가이드북에 오타쿠의 본산이라고 나와 있더니, 진짜였다. 각종 다양한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책·만화·애니 등과 관련된 가게도 꽤 많았다. 아키하바라-아키바 1층을 둘러보고, 그 다음 아키하바라를 전체적으로 쭉 훓었다.

 

원래 계획은 마지막으로 도쿄 타워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6시 반이었다. 포기하기로 했다. 도쿄 메트로 아키하바라 역으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 JR역으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갔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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