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0 


일찍 잔 만큼 일찍 일어났다. 룸메이트는 인도 사람이었는데, 뭐 땜에 여기 왔냐고 물어보니 컨퍼런스 때문에 왔다고 했다. 그래서 비즈니스맨이 왜 호텔을 쓰지 않냐고 했더니, 너무 비싸단다-_-


호스텔에서 아침을 주어서 처음으로 아침에 돈을 쓰지 않게 되었다. (민박은 식사가 전혀 미포함이었다.) 하지만 역시 대단한 아침은 아니었고, 식빵, 베이글, 그리고 시리얼 정도였다. 식빵 두개와 베이글 두개를 대충 잼과 버터를 발라 먹었다.

 

가이드북을 보며 생각한 결과, 대학교들만 가는 것보다 조금 멀긴 해도 렉싱턴의 국립 유산 박물관(Museum of Our National Heritage)에 갔다가 하버드 및 MIT를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계획을 바꿨다.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작은 삽질을 했다. 보스턴에서는 지하철을 탔는데, 대략적인 여행계획을 세워보니 지하철을 탈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서 패스를 사는 대신 찰리 티켓에 금액을 조금 충전해서 다녔다. 처음에 충전한 금액이 10달러였고, 첫날에 세번 지하철을 타서 6달러를 썼다. 둘째날의 일정을 생각해보니 대중교통수단을 총 여섯번 탈 것 같았다. 찰리티켓은 12달러만 있으면 되었다. 그런데 충전기계에서 나는 바보같이 8달러를 충전한 것이 아니라 12달러를 충전해버렸다. (중간에 여행 일정도 바뀌어서 보스턴 여행이 끝났을 때 찰리티켓은 무려 7달러나 남았다)

 

가이드북에 나온대로 Red Line 끝의 Alewife역에서 내린 후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질 않았다. 조금 후회하고 있는데 문득 버스업체 부스와 버스 시간표가 보였다. 그리고 곧 버스도 도착했다.

 

버스는 보스턴을 벗어나 외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교외의 풍경이 다시 펼쳐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박물관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사실 조금 당황했다. 버스 출발하기 전 기사에게 물어보기로는 박물관이 렉싱턴 중심부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박물관은 한적한 교외에 있어서, 나는 버스정류장 이름을 듣고 후닥닥 뛰어내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막상 버스에서 내리니 10시인 개관시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사실 예측 못한 것은 아니었는데, 문제는 렉싱턴을 대충 구경하며 시간 때우려는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 있었다. 박물관이 있는 곳은 주변에 단층주택밖에 없는 전형적인 미국 교외였다. 어쩔 수 없이 박물관 앞에서 약 15분의 시간을 때웠다.

 

입구의 직원은 꽤 작은 박물관이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40분만에 다 둘러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국립공원 사진전을 먼저 구경하고, 시계 관련 전시를 보고, 독립전쟁 관련 자료를 보다 보니 어느덧 버스 시간이 되어 버렸다. 급하게 박물관을 나와서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하버드 대학으로 향했다. 지하철 하버드 역에서 내리니 은근히 사람이 많았다. 처음에는 헤매었으나 곧 방향을 잡고 Harvard Square에있는 Information Center에 갔다. 가이드맵을 $2주고 구입해서 그걸 보며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버드 캠퍼스는 굉장히 넓었다. 일단 가이드맵을 따라 하버드 야드를 한 바퀴 돌았다. 하버드의 옛 건물들과 존 하버드의 동상 등이 있었다. 문득, 자기가 세운 것이 아니고, 재산과 소장도서들을 기증해서 이름이 붙은 학교가 현재 세계 최고의 학교가 되었으니 존 하버드는 이걸 지하에서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가 그렇게 많은 재산을 모으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많지 않은 재산을 기부했는데 그걸로 학교에 자기 이름이 붙고, 그 대학교가 세계 최고의 학교가 되어 자기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버드 야드 구경을 마치고, 이어서 다리를 건너 강 건너편의 경영대 캠퍼스도 대략 훑어본 뒤 지하철로 돌아왔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만 많고 학생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캠퍼스의 분위기는 고즈넉했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세계 최고의 학생들이 부러웠다.

 

하버드 구경을 마치니 한시였다. 공항에 늦으면 안되었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탔다. 중간에 MIT를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결국 가지 않았다. 미리 익혀둔 대로 보스턴 사우스 역까지 간 뒤에, 그곳에서 공항으로 가는 은색 라인을 탔다. 은색 라인은 지하철 노선도에 함께 포함되어 있긴 한데, 지하철이 아니라 그냥 2단 버스였다.

 

공항에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두시가 약간 넘은 시각에 공항에 도착해 버렸다. 비행기의 출발 시각은 4시 10분. 탑승 수속을 밟고 출국장으로 가려는데 검색에서 걸렸다. 쉐이빙 폼과 샴푸가 원인이었다. 어쩔 수 없이 25달러를 내고 짐을 부쳤다. 그렇게 시간이 약간 지체되었음에도 비행기 출발까지 한 시간 이상 남았다. 공항에서 마땅히 할 것도 없었다. 그저 무료하게 기다렸다.

 

보스턴 다음 여행지는 토론토였지만, 비행기가 환승편이었던 관계로 일단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에 닿았다. 그곳에서 다시 검색을 거쳤다. 즐거워야 될 여행이 계속 검색, 검색이었다. 어쨌든 검색을 마치고 다시 토론토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문득 시간이 더 들었지만 환승하길 되려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창공에서 바라본 뉴욕의 야경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었다.

 

토론토에는 여덟 시 쯤 닿았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공항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공항에서 헤맸다. 가이드북도 없었고(여행에 가지고 간 가이드북은 '자신만만 세계여행 미국 동부·오대호 편'이어서, 캐나다 도시인 토론토는 당연히 내용에 없었다.),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간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공항에서 여행자 정보센터를 곧 찾았다. 거기서 친절한 직원분의 도움으로 가이드북도 얻고, 도심으로 가는 방법도 들었다.

 

도심에 도착하니 벌써 9시였다. 기다려도 버스는 쉽게 오지 않았고, 걸어가기는 시간도 늦었을 뿐더러 거리도 애매했다. 결국 택시를 탔다. 무사히 숙소에 닿았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