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 19
아침 7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아침과 똑같았다. 세수하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아침을 때웠다. 그리고 경주 시내 근처의 유적 중 어제 보지 못한 분황사로 향했다. 시내 중심지에서 좀 떨어져 있었지만 관광지도를 가지고 무사히 걸어서 찾아갈 수 있었다. 분황사 근처의 황룡사터를 먼저 구경한 뒤 분황사를 구경했다. 분황사는 어제 본 불국사와는 달리 규모가 매우 작았다.
분황사를 끝으로 경주여행을 마무리 짓고 경주역으로 향했다. 대합실에서 조금 기다린 뒤 부전역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탄 객차에 가족여행객이 무려 여섯가족이나 올라탔다. 그래서 좀 많이 짜증났다. 나는 조용한 객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에는 바다풍경이 펼쳐지는 동해남부선을 기대했건만, 그 꿈은 완전 산산조각 나버렸다. 아이들 소음은 말할 것도 없고, 두 가족은 자리가 내 바로 앞이어서 아줌마들 대화 소리까지 나를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 가족들 부전역까지 갔다..)
그렇지만 송정-해운대간 구간은 듣던대로 풍경이 아름다웠다. (아, 참고로 내가 탄 자리는 해안쪽이 아니어서 바닷가가 나타나자 얼른 자리를 옮겼다.) 다만 사진 찍을 때 셔터우선 모드로 찍는 것을 깜빡해서 좋은 사진이 나오질 않았다.
해운대역에서 내렸다. 원래 계획에서 부산은 경주에서 거제로 가는 단순 경유지였으나 여행계획을 세우다 보니 부산에서 약 3시간 가량을 보내야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번 가 보기로 한 곳이 누리마루였다. 그렇지만 해운대역에서 내렸으니 해운대 해수욕장부터 구경하게 되었다. 겨울 백사장에도 사람들이 조금씩 있긴 있었다.
동백섬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만났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길래 대충 의도를 눈치챘지만 별로 손해 볼 것은 없을 것 같아 사진기를 드렸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나에게 교묘하게 바가지를 씌워 나는 사진 두장과 한줌의 떡과 군밤에 무려 4000원을 지불했다. 거래가 끝나자마자 자꾸 후회가 치밀어 올랐지만 "사람은 남에게 피해를 준 만큼 언젠가는 되돌려 받는다."라는 생각으로 억눌렀다.
누리마루는 생각했던 것 만큼 멋진 건물이었다. 누리마루 사진을 몇 장 찍고 동백섬에서 나와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동백섬에서 부산연안여객터미널이 생각보다 멀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여객터미널에 도착해 표를 끊으니 벌써 1시가 넘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자갈치시장도 구경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근처 롯데리아에서 점심을 먹었다.
거제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은 지 한 시간쯤 지나자 거제의 장승포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의 직원이 외도로 향하는 유람선이 곧 출발한다고 해서 허겁지겁 달려서 근처의 유람선터미널로 가 표를 끊었다. 외도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이번 여행을 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준 곳이자, 경주에서 느꼈던 약간의 아쉬움을 모두 보상해준 섬이 외도였다. 이 섬이 작은 유인도에서 아름다운 관광지로 발전하기까지는 한 부부의 노력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 대사가 떠올랐다. "Can one man truly make a difference?"
외도에 이어 구경한 해금강도 볼만했다. 다만 카메라의 배터리가 떨어져 간다는 사실을 몰랐기에(본인은 사진을 찍을때 주로 뷰파인더로 보고 찍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이틀 전에 넣은 에너자이저 건전지가 다 떨어지지-_-제주도 여행때는 5일동안도 잘만 버티던데), 해금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쉬운대로 휴대폰으로 풍경을 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외도와 해금강 구경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친척집에 무사히 도착해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갑자기 이모부가 몽돌해수욕장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밤에 이종사촌들과 몽돌해수욕장에 다녀왔다. 어느덧 여행도 하루만을 남겨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