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21
둘째날이 되었다. 아침 7시의 알람에 맞춰 일어났다. 세수하고 아침먹고 짐을 챙기니 순식간에 한 시간이 지나갔다. 8시에 민박에서 나와 근처의 하이드 파크로 걸어갔다. 공원에는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운동하고 있었다. 공원이 꽤 크고 볼 것도 조금 있어서 시간이 조금 걸렸다.
대충 10시의 근위병 교대식에 맞춰 버킹검 궁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근위병이 교대하는 장면을 보긴 보았다. 그런데, 꼭 보라고 했던 근위병 교대식이 겨우 세명이 나와 교대하는 장면이었을까?(간판에는 근위병 교대식이 무려 Day after tomorrow, 11:30 AM 이라 적혀 있어서 더욱 의심이 갔다. 아무래도 다른 분들 싸이를 구경하니 내가 본 교대식은 짝퉁같다-_-;) 어쨌든 근위병이 교대하는 장면을 보고, 궁전이 열릴 기미가 안보이자 일단 다시 걷기 시작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도중에 우연히 한국대사관을 봤다. 태극기와 한글을 보니 마냥 반가웠다.
겉에서 바라본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꽤 컸다. 다만 일요일이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옆에 붙어있는 웨스트민스터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냥 계속 걸었다. 빅벤을 보았다. 실제로 보는 빅벤은 이상하게 별로 큰 감흥을 못 줬다. 빅벤도 굳게 잠겨 있어서 계속 겉돌기만 했다. 누군가가 경찰관과 사진을 찍기에 나도 그럴까 하다가 포기했다.
여하튼 계속 걸었다. 웨스트민스터 다리도 건너가 보고, 런던아이는 눈으로만 보고, 정부청사 거리도 그냥 한번 둘러 보았다. 대충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나간 것을 확인한 뒤, 버킹검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돌아온 버킹검은 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아침에 비해 사람이 더욱 많이 늘어난 것이 변화 정도였다. "어 버킹검은 못들어가는 건가. 그럼 이 지도에 나온 입장료 12파운드는 대체 뭐지......이렇게 혼란스러워 하며 그냥 방황했다. 그러다 우연히 아침에는 발견 못한 박스오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박스오피스에 줄을 서서 한 20분 기다려 Stateroom과 Roayl Mews의 입장권을 샀다. 그런데 다시한번 생각해보니 응접실 입장은 두시 반부터 입장가능이었다. 나의 스케쥴과 전혀 맞지 않은 시간이었다. 입장권 뒤쪽에 환불이 되지 않는 다는 문구에 조금 망설여졌으나 결국 합리적으로 생각해(매몰비용무시!) 왕립 마구간은 구경하고 응접실은 시간이 되면 보기로 했다.
왕립마구간을 구경하고 친구 디비군이 부탁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철을 탔다. 내린 곳은 Fulham Broadway. 바로 첼시구장이 있는 곳이다. 지하철 안에서부터 매우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 꽤 많은 사람들이 Samsung Mobile이 앞에 새겨진 파란 옷을 입고 있었다. 지하철역을 나오자 그 수가 족히 80%는 되는 것 같았다. 경기가 없는 날임에도 스탬포드 브리지 파크 근처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검색을 통과하고(내 책가방이 개가 핥고 냄새맡는 대상이 됐었다-_-;) 경기장을 대충 구경했다. 돈들거 같아서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대충 사진을 찍으며(보안요원이 많아서 사진을 찍기도 왠지 무서웠다.) 경기장 외곽을 한바퀴 돈 뒤에 첼시 메가스토어에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이게 왠걸! 디비군은 여기서는 레플이 우리돈 삼만원 가량밖에 안 한다고 나에게 레플을 사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분명히 가격표에는 이름없는 레플이 34.99파운드, 이름이 뒤에 인쇄된 레플은 무려 56.99파운드였다. 그래서 다른 사줄만한 것이 있나 살펴봤지만 역시나 비싸 포기했다. 그렇게 첼시구장을 뒤로 하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돌아갔다.
버킹검은 시간이 맞지 않을 것 같아 포기하고, 런던여행의 마지막 방문지가 될 장소로 자연사 박물관을 선택했다. 처음 가보는 자연사 박물관은 괜찮은 것 같았다. 다만 새와 화석을 잘 구경하다가 공룡을 보려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얼마나 공룡을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으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공룡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귀중한 시간은 아깝게 흘러가는 가운데 시계바늘이 3시 반을 넘어서기 시작하자 나는 결국 가까이 있는 스태프에게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Excuse me, can I exit now? I'm afraid I'll be late at the airport."
보지못한 공룡, 그리고 그 외 런던의 많은 것들을 뒤로 한 채 히드로 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