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Intern Nation", 내가 지금 인턴이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별 기대 없이 읽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책은 인턴이라는 이름 하에 벌어지는 청년층의 노동력 착취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책은 디즈니월드의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시작해서, 정치, 언론, NGO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인턴십의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책에서 지적하는 인턴십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규직의 업무를 돕는 조직의 한 축이면서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고, 채용 과정 또한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책에서 가장 강하게 지적하는 점은 무보수 인턴십이다. 무보수 인턴십은 빈부격차를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무보수 인턴십을 하는 동안에는 별도의 수입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없기에, 부모님의 도움 없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학생들은 인턴십 자체를 지원하기 힘들다. 문제는 인턴십 경험이 없다면 경험이 있는 다른 경쟁자들에게 밀릴 수 밖에 없고, 해당 업계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제한당한다. 즉, 인턴십 자체가 저소득계층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현실과 조금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인턴으로서 공감가는 내용이 꽤 많은 편이었다. 박한 월급, 어정쩡한 업무영역과 존재감.......나는 큰 기대를 가지고 인턴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경험을 위해 시작한 것이며, 우리 부서는 인턴들에게 잘 해주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지위와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책은 무보수 인턴십을 축출한 건축설계사 업계를 예로 들며 희망적인 미래가 가능함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사실 좀 부정적이다. 현재의 청년실업은 사회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불균형에서 오는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인턴십이 노동력 착취로 변모했다는 책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좀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것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