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에서 풍기는 것과 달리 헌법 책이 아니다.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헌법 에세이가 없진 않다. 하지만 책 전체는 아니다. 이 책에서 정말로 헌법과 관련된 것은 책 내용의 1/3 정도이다. 나머지는 자신의 자전적 내용, 정치적 견해 표출 등이 채우고 있다.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아직 헌법에 정당한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왕조 국가와 식민지를 거쳐, 곧바로 모든 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탄생했다. 서구에서 수십년이 걸린 수준의 헌법을, 우리는 바로 손에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헌법을 후불했다. 그리고 실제로 더 나은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민주화 투쟁이 있어야 했다. 계속해서 헌법의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아직도 지불할 비용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이는 작금의 현실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의 수준이 다시 후퇴하고 위협받는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나도 헌법 조문을 한번 훓어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헌법 조문들은 아름답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모든 사람들이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는 국가에 대한 이상을 담고 있다. 유시민의 해석을 들어보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헌법 조문 중에 당위로만 남아 있고, 현실에서 충분히 실현되지 않는 조항도 있다.

 

여기까지가 책의 전반부이고, 후반부는 그의 정치 역정 중 자전적 얘기나, 정치적 견해 표출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을 읽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잘못 뽑혔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땡그랑한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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