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레미 리프킨의 책을 읽었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수소혁명, 육식의 종말, 바이오테크 시대, 유러피언 드림까지 그의 대부분의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오히려 고전작인 이 엔트로피는 여태껏 읽지 않고 있었다. 오랜만에 자기계발류 서적들을 읽기도 지쳤고 해서, 이 책을 집었다. (그나저나 리프킨의 신간이나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위키피디아를 보니 올해 The Empathic Civilization이라는 책을 새로 냈던데, 빨리 우리나라에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 책은 열역학 제 1법칙과 2법칙으로부터 출발한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제 1법칙), 엔트로피의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제 2법칙) 즉,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 그런데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할 때, 에너지의 일부는 일을 할 수 없는 에너지, 즉 엔트로피로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이 과정은 되돌릴 수 없다.
이러한 사실들로부터 출발해서 저자는 우리가 지금껏 기술의 진보라고 믿어 왔던 것들이 허구임을 밝힌다. 지금껏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키며 해 온 것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해 온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석유에 의존하는 현대 농업을 단적인 예이다. 분명히 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양은 늘었지만, 석유를 비료로 만드는 과정, 또 각종 기계를 돌리는 데 들어가는 석유 등을 생각하면, 소로 쟁기를 끌어 밭을 갈아 농사를 짓는 것보다 결코 적은 에너지를 써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또한 경제 성장과 함께 자원 수요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에너지도 위의 열역학 1, 2법칙을 생각하면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정되어 있는 것을 계속 쓴다면 분명히 그 끝이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자원이 무한정한 것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 끝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저자는 또한 우리가 미래의 에너지, 청정 에너지라고 생각하는 태양에너지, 핵융합 에너지 등도 큰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해결책은 세계관의 수정과 사회구조의 변화다. 기존의 기계론적 세계관서 벗어나고, 현재의 고 엔트로피 사회에서 저 엔트로피 사회로 이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