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과정을 담은 책이라기에 읽어 보았다. 그것도 리먼 내에서 꽤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 직접 쓴.
사실 책의 전반부는 저자가 윌스트리트에 입성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입성기가 주 내용이다. 아이비리그 출신 외에는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이 맞서, 수천장의 이력서를 뿌리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인사담당자를 만나고 다녔다. 그리고 저자는 전환사채 정보제공 사이트를 친구와 성공시킨 뒤, 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모건스탠리에 인수시키며 드디어 월스트리트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데다 친구마저 퇴사하자, 그는 이직을 결심하여 리먼 브라더스로 옮긴다.
책의 중반부도 리먼 파산과 관련한 내용보다는 채권 트레이더로서 리먼에서 겪은 내용이 주다. 하지만 제너럴 모터스나 델타항공 등 미국기업들이 겪은 위기,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확산되는 과정,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상품들이 내포한 문제점들도 적혀 있었다.
마지막 부분이 제일 극적이긴 하다. 갑작스레 리먼을 덮친 부실채권들, 그리고 피인수 또는 구제금융을 신청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결국 역사상 제일 큰 규모의 파산을 신청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이어지는 금융시장의 경색과 미 정부의 개입 등이 꽤 역동적인 문체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도 왜 제목이 상식의 실패인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상식의 실패가 리먼을 붕괴시켰다면, 어떤 상식이 부족해서였을까? 부동산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아니면 내가 읽지 못한 다른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