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우연히 서가사이에 있는 것을 발견해 보게 되었다.
나는 한국근현대사, 아니 역사 자체에 관심이 많다. 이 책도 학술서적 성격이 은근 강함에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분단의 원인은 누구인가? 한국전쟁의 원인과 더불어 근현대사의 첨예한 논쟁거리 중 하나다. 이 질문에 이 책은 자신있게 답한다. "소련"이라고...
저자는 기자답게 당시 소련군정 주요 책임자들, 북한에서 숙청 당한 후 소련에서 살고 있는 북한정권 창출 주역 또는 그 2세들을 만나보고, 또 러시아 측 연구원들에게 부탁해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비밀문서들을 필사 받아 보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자료수집을 통해 위와 같이 결론을 내린다. 소련은 처음부터 북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북한을 동유럽 국가와 비슷한 위성국가로 만들려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북한정권 수립 전까지 북한에서 이뤄진 여러 개혁들, 그리고 북한의 각종 헌법과 법령들이 모두 소련의 지시와 감독 하에 나온 것임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 직전 개최된 남북협상마저도 북한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소련의 의도하에 이루어졌으며 그 진행도 소련이 만든 각본대로 이루어졌음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 못지않게 소련도 한반도에서 "가능하면 우리와 친한 통일정부, 불가능하다면 점령지역하 단독정부"라는 정책을 똑같이 추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단은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니라 미·소 모두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막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