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e Traveler

동해안 여행 셋째날(울진)

땡그랑한푼 2015. 10. 7. 21:53



2015. 8. 26

 

이날도 푹 잤다.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그쳐 있었다. 태풍이 이날까지 동해를 지나간다고 해서, 걱정하고 있었다. 바뀐 기상 상태에 고마워했다. 얼른 씻고 짐을 쌌다.

 

망양정으로 먼저 향했다. 날씨가 쾌청한 정도는 아니어도 비는 완전히 그쳐 어제보다 여행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다만 맑은 날씨와는 달리 해안가로 다가가니 태풍이 휩쓸고 간 흔적이 느껴졌다. 파고는 여전히 좀 높아 보였고, 밀려온 토사가 보였다. 심지어 망양정을 돌다가 중간에 도로가 끊긴 흔적도 보았다.

 

망양정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정자를 향해 올라갔다. 망양정은 월송정보다 풍광이 훨씬 좋았다. 경치 좋은 언덕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왜 이런 곳에 정자가 세워져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댔다. 정자에 서서 계속 바다를 구경하다가 천천히 내려왔다. 그런데 왔던 길로 그대로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을 찍고 온다는 것이 엉뚱한 곳으로 내려와 버렸다. 지도를 켜 보니 주차장과는 정 반대였다. 구릉을 다시 올라가기는 내키지 않고 바다를 구경하며 한바퀴 돌아 가기로 했다. 그런데 거리가 생각보다 꽤 됐다. 게다가 중간에 태풍 때문에 유실된 도로가 막고 있었다. 결국 다시 월송정으로 올라가 얌전히 왔던 길을 되짚어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죽변항으로 갔다. 계속되는 해변이 질릴 수도 있었지만...사실 해변 빼고 볼 만한 것도 많지 않았다.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세트와 죽변등대를 보았다. 촬영장 주변의 해안 길을 '용의 꿈길'이라고 이름붙여 두었다. 길을 걸으면서 여러가지 소원을 빌었다. 자연스럽게 길이 죽변등대로 이어졌다. 등대 자체는 평범했으나 주변을 공원처럼 꾸며 두었다.

 

다시 북으로 달렸다. 7번 국도를 타지 않고 지방도를 타고 조금 올라갔다. 원자력 발전소를 보기 위해서였다. 길을 약간 헤매고, 멀쩡한 길을 가판대로 막아둔 시장 가게 부부와 조금의 실랑이(?)가 붙긴 했으나 원자력 발전소가 보이는 길로 들어섰다. 뭔가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고, "아 저게 원자력발전소구나..."그런 느낌이었다.

 

계속 북쪽으로 달렸다. 이제 삼척에 접어들었다. 장호항으로 향했다. 전부터 '한국의 나폴리'등의 말을 많이 들어서 기대가 컸었다. 정식 명칭은 '장호 어촌체험마을'. 신기하게도, 장호항에 도착하니 주변 사람들은 죄다 커플들이었다. 역시 휴가철이 끝나서 그런지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의 체험 프로그램들도 끝나 있었다. 어차피 투명 카누 등을 혼자 와서 탈 생각은 없었으니 상관 없었다. 천천히 항구를 둘러보았다. 전날 태풍의 영향으로 투명하고 맑은 바다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항구였다. 나중에 여자친구와 같이 오고 싶었다.

 

장호항을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오늘 저녁에 차량을 반납하고, 동해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 버스로 돌아가는 것이었으나, 나는 오늘 돌아가기로 했다. 딱히 더 볼 것도 없었고, 그리고 중요한 변화인데, 애인이 있으니 혼자 하는 여행이 더이상 썩 즐겁진 않았다. 여행의 즐거움을 여자친구와 같이 하고 싶었다. 돌아가기 전에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삼척 시내에 막국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다행히 4시인데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침과 점심도 제대로 먹은편이 아니었으니, 혼자서 막국수와 메밀전을 시켜서 모두 해치웠다.

 

5시 경 동해시에 도착했다. 사흘간이었지만, 막상 내 차 같은 느낌이 들고 막상 작별하려니 아쉬웠다. 사흘간 운전하다 보니 차를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좀 생기긴 했다. 아무튼, 차량을 반납하고 다시 대중교통을 타고 동해공영터미널로 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