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준비 (4) - 스페인 비자Ⅱ
(이 포스팅에서는 제가 스페인 학생비자를 신청시 겪었던 에피소드와 진행과정을 늘어 놓았습니다. 비자 준비에 필요한 서류를 보시려면 이전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중간고사 전까지는 비자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학교생활도 바빴고, 장학금 준비도 바빴기 때문이었다. 시험 끝나고도 곧바로 발표준비에 밀려, 11월 중순쯤부터서야 준비가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해보고, 일단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고 기숙사 신청도 했다. (이 두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 하겠습니다.)
인터넷과 스페인 대사관, 그리고 번역사에 전화를 하며 두번세번 필요서류를 확인했다. 학교 대외협력팀을 통해 받은 입학허가서, 여행자보험 증명서, 재학증명서 국문·영문본, 아버지께 전화로 요청해서 우편으로 받은 아버지의 소득금액증명서와 통장까지. 근데 마지막에 문제가 생겼다. 번역사에 전화를 해서 다시 한번 필요서류를 물어보니 재정보증서 작성에 아버지가 오지 않을 것이면 아버지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 그리고 나의 도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에, 11월 26일 수시 휴강일에 맞춰 비자 신청 작업을 모두 끝내버리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아버지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금요일 정오때서야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날은 공증작업만 하고, 스페인 대사관은 다른 날에 찾아가야 했다.
일단 필요서류들을 다 챙겨서 미리 점찍어둔 번역사로 향했다. 그곳에서 재정보증서를 작성했다. 문서가 스페인어여서 그렇지, 시키는대로 적으면 되는 별로 어려운 서류는 아니었다. 번역료와 공증료를 지불하고, 근처 법률사무소로 가서 재학증명서의 번역공증과, 재정보증서의 공증을 받았다.
내가 이용한 번역사는 뉴욕번역사라는 곳이었다. 의외로 사무실이 비좁고 낡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그리고 위치가 아포스티유를 신청하는 외교통상부 민원실과 가까웠다. (걸어서 1분) 그리고 아저씨도 매우 친절하셨다. 다만 약간 치매(...)기가 있으신가 했던 말을 반복하시거나, 조금씩 말을 바꾸시는 것은 있는게 좀 안타까웠다.
공증을 다 받고, 아포스티유가 필요한 서류(재학증명서, 재정보증서, 소득금액증명서)의 아포스티유를 받기 위해 외교통상부 민원실로 향했다. 별로 어려운 것은 없었다. 다만 미리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다 작성해 갔는데, 공증서류는 서식이 다른데다, 소득금액증명서도 대리인 자격으로 신청해야 되서 결국 신청서를 다 다시 써야 했다. 오후 두시 반이 넘은 시간이었길래, 굳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나왔다.(오후 두시 반 이후에 신청하면 다음날 아포스티유가 완료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 금요일, 비자 신청을 위해 스페인 대사관에 갔다. 먼저 외교통상부 민원실을 들려 아포스티유가 된 서류들을 받고, 그 다음 한강진역으로 갔다. 같은 학교에 같이 가는 사람을 역에서 만났다. 2번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너 언덕길을 올라가니 스페인 국기와 대사관이 보였다.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왠지 가정집처럼 보였다.
입구에서 방명록을 쓰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영사로 추정되는 직원분이 먼저 서류부터 보여달라고 했다. 서류를 검토하더니, 비자 신청서를 쓰라며 내 주었다. 탁자 위에 한글로 번역된 견본이 있어서 작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작성을 하고, 영사께 서류를 드렸더니 복사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읭? 미리 사본이 존재했던 입학허가서, 여행자보험증서, 통장을 빼고, 나머지 서류들을 복사해 와야 했다. 그런데 복사할 수 있는 곳이 대사관 근처에 쉽게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구 단국대 한남캠퍼스 자리까지 내려가자 아직 남아있는 복사집이 보였다. 그곳에서 무사히 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다시 한 20분 걸려서 대사관으로 돌아왔다. 혹시 비자 받으러 가실 분은 명심하시길, 사진 빼고 모든 제출서류의 원본과 사본을 동시에 제출해야 됩니다.
잠시 후에 비자 신청 확인증을 주시고, 아마 2주 후쯤 연락이 갈 것이라고 했다. 2주 뒤가 기말고사가 막 끝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사실 불안한 구석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비자 시작 날짜를 잡을 때 1월 10일로 잡을 경우 1월 10일 이전에는 입국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비자 시작 날짜를 1월 1일로 잡았다. 문제는, 입학허가서도 그렇고, 여행자보험도 그렇고 모든 것이 1월 10일부터 시작이었다. 그래서 2주가 넘어도 연락이 오지 않자 조금은 불안이 생겼다.
기우였다. 이번주 수요일,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다음주 수요일에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여권을 지참하고, 신청할 당시에 거주지 증명서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기숙사 확인증을 출력하고 1부 복사해서 가지고 갔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11시쯤에 대사관에 도착했는데, 세밑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다. 게다가 그날따라 약간의 문제들로 직원과 길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한시간을 기다려서야 간신히 내 차례가 왔다. 사진이 조금 오래되서 그러나 사진만 본인이 맞냐고 잠깐 물어봤다. 그러더니 별 말 없이 비자를 인쇄해서 여권에 붙여 주었다. 그리고 원본 서류들을 다시 다 돌려 주었다. 이로써 비자 발급도 무사히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