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e Traveler

터키 여행 셋째날(이스탄불)

땡그랑한푼 2014. 12. 27. 13:10



2013. 1. 4

 

신밧드호스텔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도 사장님은 아침에 라면을 끓여 주셨다. 혼자서 꾸역꾸역 아침을 먹었던 전날과는 달리 같은 방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아침을 먹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큐축 아야소피아로 갔다. 호스텔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을뿐더러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9시도 되기 전에 가서였나, 문이 열려있질 않았다. 9시가 넘자 누가 와서 문을 열었으나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곳은 여전히 막혀 있었다. 건물을 한바퀴 쭉 둘러보았다. 더 기다릴까 고민했지만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아야소피아 광장을 지나 술탄아흐멧 역으로, 트램을 타고 카바타시 역으로 향했다. 카바타시 역의 버스 정류장은 굉장히 혼잡했고, 도로는 막혔다. 얼마나 심했냐면은, 처음에 버스를 탈 때 티켓을 사야 하는 줄 몰라서 버스를 타려다 실패하고, 1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가판대에 가서 티켓을 사 왔다. 버스 정류장에 돌아오니 내가 타려고 했던 버스는 5m 전진해 있었다. 루멜리 히사르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이스탄불 구시가지를 벗어나 교외지역으로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이쪽은 생각보다 도로가 넓었고, 타고 내리는 사람도 많았다.

 

루멜리 히사르는 버스의 종점이었다.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정작 그곳은 조용한 마을이었고, 요새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무작정 북쪽으로 좀 더 걸었다. 이정표가 보였다. 하지만 이정표를 따라 걸어 걸어도 여전히 요새같은 건 눈에 비치지도 않았다. 가이드북으로 갈고 닦은 터키어 실력(?)을 바탕으로 현지인에게 "Rumeli Hisar nerede?"라고 물어 가며 길을 찾았다. 이정표와 그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내리막길을 따라 쭉 걸으니 해안도로가 나왔다. 여전히 요새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슬슬 지치려는 찰나 가이드북의 루멜리 히사르 항공사진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루멜리 히사르가 보였다!

 

문제점은 이것이었다. 나는 버스 노선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행선지 표시만 보고 버스를 탔고, 그래서 내가 탔던 버스는 루멜리 히사르 입구 앞쪽을 지나는 해안도로가 아니라, 좀 더 내륙 고지대쪽 도로로 갔던 것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특이하게도 수작업의 보안검색을 거쳐 루멜리 히사르로 들어섰다. 무언가 요새의 느낌보다는 공원의 느낌이 났다. 그리고 경사가 굉장히 심했다. 의외로 루멜리 히사르의 장점은 요새 그 자체가 아니라 주변 경관이었다. 거대한 흰색의 다리, 그리고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바다와 바다 건너 마을들의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찾는데 30분이나 걸렸는데 구경은 30분이 걸릴까 말까였다. 해안 도로에서 카바타시 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이스탄불 중심지에 가까워지자 또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정말 이 도시의 교통 상황은 막장이다. 얼마나 심했냐 하면은 길이 너무 막히길래 카바타시 역 한 정거장 전에 그냥 내려서 걸어서 트램을 타러 갈 정도였다.

 

열두시가 넘었다. 사실 루멜리 히사르 구경이 끝난 뒤 시간이 남으면 전날 깜빡하고 가지 않은 귤하네 공원을 갈 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면 왠지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그냥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최근에 먹는데 돈을 너무 많이 쓴 것 같아서 이날 점심은 그냥 시미트 두개를 사서 때웠다. 그런데 정작 마시는 데 돈을 생각보다 많이 썼다. 무슨 차이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크기의 우유가 지하철역에서 막 내려서 공항 들어가기 직전의 가판대에서는 1TRY였는데, 공항의 대합실에 있는 가판대에서는 2TRY가 되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한시 반이 좀 넘어서였다.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체크인 카운터의 줄도, 보안 검색대의 줄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비행기 출발 시각까지 무료하게 기다려야 했다.

 

터키항공의 안전 교육 비디오가 굉장히 유쾌했다. 보통 비행기를 열 번 이상 타 본 사람이라면 지루해 할 만한 내용들인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들을 등장시켜 굉장히 유쾌하게 찍었다.

 

이즈미르까지는 한시간의 매우 짧은 비행이었다. 예상 외로 간소하지만 기내식이 나왔다. 샐러드와 무스(푸딩), 그리고 샌드위치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었음에도 배고프진 않아 샐러드와 무스만 먹고 샌드위치는 따로 챙겼다.

 

이즈미르 공항에 도착했다. 의외로 유리궁전의 새로 지은 공항이었다. 민박집에서 시킨 대로 전화를 넣고 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주화를 넣는 공중전화가 보이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4TRY를 주고 공중전화 카드를 샀다. 아깝긴 했지만 숙박비에 포함되는 거라 생각하고, 카드는 그냥 기념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민박집까지 가는 데 약간 촌극이 있었다. 민박집에서 시키는 대로 전철을 타고 두 정거장 이동한 뒤, 알려준 출구로 빠져나왔다. 거기서 다시 전화를 하라고 했는데, 문제는 공중전화가 보이질 않았다. 주소를 보고 찾아가려고 해도 약간 헷갈려서 방황하고 있는데, 다행히 한 분이 도와주겠다고 다가왔다. 그 분의 폰을 빌려서 민박집에 전화를 해서 무사히 마중나온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공항 및 민박집을 찾느라 방황한 시간이 좀 되었는지 이즈미르에 5시에 도착했음에도 민박집에 들어온 시각은 그렇게 이르지 않았다. 씻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