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서부 여행 마지막날(프랑크푸르트)
2011. 6. 4
드디어 이 대륙을 떠나는 날, 5개월간의 교환학생 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 왔다. 이날은 늦잠을 잤다. 왜냐하면 쾰른·본 여행으로 피곤하기도 했었고, 수요일날 프랑크푸르트를 어느 정도 봐서 이젠 프랑크푸르트에서 볼 게 많이 남아있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늦잠을 자지는 않아서 8시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었다. 가이드북을 확인해보니 박물관을 여는 시각은 10시여서 민박집에서 약간 시간을 때웠다.
민박집을 나와 마인 강 남쪽으로 갔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만은 사람들이 강변에 나와 있었고, 강에서 조정을 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였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강을 건너 박물관 지구로 들어가 민속 공예 박물관에 들어갔다.
정말로 이젠 여행 자체를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품들을 구경하는데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구경을 했다.
원래는 박물관을 두 쯤 볼 생각이었으나, 그냥 민속 공예 박물관만 보고 민박집으로 되돌아왔다. 너무 이른 시각이긴 했지만(비행기 시각이 6시 20분이었다.), 마땅히 할 건 없으니 공항으로 미리 가기로 했다.
S반을 타고 공항에 도착한 뒤, 일단 체크인을 했다. 그런데 루프트한자 체크인 카운터를 보니 이코노미석은 죄다 셀프 체크인 기계에서 체크인을 한 뒤, 짐만 카운터에서 부치도록 되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무거운 짐을 끌고 공항을 좀 돌아다녔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부쳤다. 여기서도 비상구열 좌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짐은 다행히 21Kg로 맞춰(민박집에서 쇼핑백을 하나 얻어 책을 전부다 뺐었다.), 추가 요금 없이 부칠 수 있었다.
세금 환급을 받으러 갔다. 세관에서는 여권과 서류를 보더니 군말 없이 도장을 찍어주었다. (물론 이건 이상한 것이다. 왜냐하면 내 여권에는 입국 스탬프나 비자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글로벌 리펀드 창구에서 생겼다. 내가 디카를 샀던 백화점의 서류는 여기(독일의 글로벌 리펀드 창구)에서 처리를 못해주니 한국에서 다시 서류를 우편으로 부치라고 했다. 젠장, 차라리 스페인에서 어떻게든 세금 환급을 받고 나올걸, 30유로 가량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서류를 버렸다.
출국 심사를 받았다. 별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간단히 끝났다. 여권을 보더니 곧바로 "여권을 잃어버린 적 있느냐?"라고 물었고, 내가 경찰 보고서를 보여주니 군말 없이 출국 스탬프를 찍어 주었다. 면세점에서 술과 담배를 사고, 보안검색을 거쳐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보안구역에 뭔가 먹을 만한 곳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바 같은 곳 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독일식으로 감자 샐러드에 스시지, 그리고 맥주로 유럽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밥값까지 지불하고 남은 동전을 세 보니 5유로 7센트였다. 밥을 먹었던 곳에 부탁을 하니 5유로를 지폐로 바꿔 주었다.
남은 시간은 게이트 앞에서 그동안의 여행 일지를 컴퓨터로 옮기며 시간을 때웠다. 오후 6시, 탑승이 시작되었고, 6시 20분, 거대한 A340-600비행기가 날아오르며 나는 그렇게 유럽과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