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e Traveler

독일 서부 여행 다섯째날(라인강 유람·본)

땡그랑한푼 2014. 12. 15. 00:08



2011. 6. 2

 

이날은 아침을 먹지 않고 일찍 숙소를 나섰다. 라인강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는 10시까지 뤼데스하임으로 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프랑크푸르트에서 7시 50분에 기차를 타야 했다. 역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사 아침을 때웠다.

 

9시쯤에 뤼데스하임에 도착했다. 지금껏 봐왔던 유럽의 도시들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유유히 라인강변에 아담하게 서 있는 건물들…그리고 중간중간 펼쳐져 있는 포도밭도 아름다웠다. 기차역에서 나와 뤼데스하임 시내를 구경하며 선착장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배가 출발시각이 되도록 모습을 비추질 않았다. 15분이 지난 10시 반이 되서야 나타나 사람들을 실었다. 나는 유레일패스를 보여 주고 들어갔다.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을 먼저 들렀다 갑판으로 올라갔더니 이미 사람들이 좋은 자리는 다 잡고 있었다. 갑판을 서성이다 대충 자리를 잡았다. 좌석이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승객이 의자를 아무데나 놓고 앉는 방식이었다.

 

하구로 흐르는 물살에 맞추어 배는 이동했다. 강이라 그런지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질 않았다. 라인강변의 모습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고즈넉했고, 강변 위에 세워진 성들은 멋있었다.

 

하지만 유람환경이 썩 좋진 않았다. 갑판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굉장히 시끄러웠다. 그리고 강가의 풍경이 약간 단조로운 감이 없질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장크트고아르에서 내려 그 다음부터는 좀 나은 환경에서 편하게 유람을 할 수 있었다.

 

네시간의 유람 끝에 2시 반에 코블렌츠에 도착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무슨 축제중인 것 같았다.

 

그래서 코블렌츠에 내려 간단히 요기를 하려던 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가판대마다 줄이 너무 길었다. 배고픔을 대충 참으며 도이체스에크로 갔다.

 

굉장히 큰 동상이었다. 위로 올라가 라인강과 모젤강이 합류하는 모습, 코블렌츠 시내 구경을 한 뒤 내려왔다.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는 요새로 가는 케이블카의 줄이 너무 길었다. 그냥 코블렌츠 구경을 천천히 하며 역으로 걸어 가기로 했다. 중간에 빵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4시 16분 기차를 타고 본으로 향했다. 이상하게 오늘 걸은 것이라고는 뤼데스하임에서 약간, 코블렌츠에서 약간 합쳐 한 시간 가량밖에 되질 않았는데 피곤했다. 기차 안에서 계속 졸았다.

 

5시에 본에 도착했다. 보기로 한 후배 H양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각이었으므로 후배와 함께 본 여행을 간단히 했다. 뮌스터 교회를 보고, 베토벤 광장을 거쳐 본 대학을 보고, 포팰스트로퍼 성까지 보았다.

 

후배는 훌륭한 가이드였다. 이런저런 설명을 잘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중간에 싸고 맛있는 피자집과 아이스크림집도 알려 주었다.

 

본 대학이 굉장히 예뻤다. 교환학생 갈 대학을 사진보고 골랐다는 후배의 말이 진담처럼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본의 분위기는 꽤 좋았다. 게다가 후배 말로는 물가도 유럽에서 싼 편이라고 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거의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으므로, 후배의 기숙사에서 저녁을 직접 해 먹었다. 마침 얼마 전에 부모님이 보내준 김밥 재료가 있다고 해서 김밥을 만들어 먹었다.

 

그 다음에는 간단히 술을 한잔 하려고 했다.(바는 문을 연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그런데 후배가 갑자기 호스텔 체크인에 대해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그냥 10시에서 12시 사이에 가면 되겠지라고 답했는데, 후배가 인터넷을 찾아보더니 내가 묵으려는 호스텔의 체크인이 9시까지인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가 9시였다. 후배가 잽싸게 전화를 걸어서 독일어로 뭐라뭐라 하더니 "오빠, 30분내로 가면 체크인 해 준데요. 지금 빨리 가요." 다행히 본 자체가 그리 크진 않은지라 20분만에 호스텔에 닿았고, 무사히 체크인을 했다. 정말 이날 그 후배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호스텔은 체크인 후 바로 나왔다. 근처의 맥주집에서 간단히 한잔 했다. 맥주가 꽤 맛있어서 한잔만 마신다는게 두 잔을 마시게 되었다.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11시쯤 맥주집에서 일어섰다. 호스텔로 들어오자마자 심한 피로에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