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서부 여행 가는 길
2011. 5. 28
휴...어디서부터 설명을 하여야 할까? 교환학생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여행의 원래 계획은 독일 및 중부 유럽을 19일간 도는 것이었다. 루트는 뮌헨→빈→부다페스트→크라코프→바르샤바→드레스덴→프라하→베를린→함부르크→코펜하겐→쾰른→본→스트라스부르→프랑크푸르트였다. 하지만 5월의 프랑스·베네룩스 여행에서 나는 또 한번 도난사건을 당했고, 그것은 이번 여행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배낭과 적지 않은 수의 속옷, 여행용 세면도구들을 잃어버렸기에, 저만한 기간의 긴 여행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다시 사면 되는 것들이었지만, 나는 이미 여행의욕이 꺾였고, 더 이상 부모님께 폐를 끼쳐가며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유럽의 물가는 훨씬 비싸다.
처음에는 이 빌어먹을 대륙을 저주하며 학기 끝나고 어떠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까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까운 게 몇 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이미 개시를 해 버린 유레일패스였고, 두번째는 쾰른과 본에서 보기로 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여행계획을 수정하여 독일 서부지역을 1주일간 여행하는 걸로 했다. 이유는 첫 번째 위에 적었다시피 장기간 여행을 할 여건이 되지 않았고 두 번째 배낭이 없었으므로 큰 이민가방을 가지고 여행을 해야 했기에, 잦은 이동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5월 28일 토요일, 마지막 시험을 치루고 정오쯤 기숙사로 돌아왔다. 짐을 꾸리고, 5개월간 살았던 Residencia Vertice를 나왔다. "정들었던"이란 흔한 수식어를 쓰지 않은 것은 진짜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대륙에 정나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
위에 적었다시피 배낭은 이제 없고, 여기서 4월에 소매치기 당하고 나서 새로 샀던 가방은 용량이 좀 작았다. 그래서 나는 초과요금을 물지 않을 정도로만 짐을 부치고, 나머지 짐은 모두 가져올 때 썼던 이민가방에 넣어서 이민가방과 함께 여행하기로 했었다. 꽤 무거운 이민가방을 질질 끌며 공항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했다. 그런데 아뿔싸! 짐 무게가 여전히 20Kg가 넘었다. 하긴, 올때 초과요금 낸 것이 7Kg(실제는 9Kg쯤 되었을 듯)였는데 짐을 5Kg로 부쳤으니 4Kg가 남는것은 당연했다. 그 동안 좀 쓰면서 무게가 줄어들었을 것이란 것은 단지 나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던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피같은 돈 45EUR을 내고 추가요금을 지불했다.
공항에 좀 일찍 온 관계로 시간이 좀 남았다. 그냥 공항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서브웨이가 눈에 띄었다. 점심을 간단히 삶은 감자로만 때웠던지라 그때가 4시 반쯤이었음에도 약간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했다. 일찍 저녁을 먹는다치고 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었다.
비행기에 올라탔다. 아까 이 대륙에 정나미는 없다고 했지만, 막상 비행기가 이륙하며 마드리드와 멀어져가니 기분이 이상하긴 했다.
여섯시 비행기였는데 의외로 기내식이 나왔다. 얼떨결에 저녁을 두 번 먹게 되었다.
뮌헨 공항에 도착했다. 터미널 2는 새로 지은건지 화려했고 광이 났다. 내부에 쇼핑몰도 굉장히 많았다. 게다가 루프트한자가 돈을 댔나 거의 루프트한자 전용 터미널 같았다. 주기되어 있는 비행기도 전부 루프트한자(가끔씩 ANA의 항공기가 눈에 띄긴 했다) 비행기였고, 게이트마다 루프트한자 로고가 붙어있었다. 터미널 안에도 루프트한자 승객들을 위한 것이라며 커피와 음료 자판기를 비치해 두었다.
뮌헨이 마드리드보다 북쪽이고 동쪽임에도 불구하고, 9시가 다되가는 시각에도 생각보다 어둡진 않았다. 고민했지만 그래도 택시를 타기로 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숙소를 찾아가기가 버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뮌헨 시내에 도착하면 어두워질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피같은 돈 65EUR를 내고 숙소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