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e Traveler

프랑스·베네룩스 여행 마지막날(파리)

땡그랑한푼 2014. 11. 2. 16:30



2011. 5. 10

 

전날의 충격을 추스리고(?) 아침에 일어났다. 민박에서 해주는 맛있는 아침밥을 먹었다. 조금 늦게 일어나신 아주머니에게, 아버지가 돈을 입금해주신것을 확인하고 200EUR을 수령했다. 아침 9시 반에 길을 나섰다. 같은 방에 묵었던 형 한명이 같이 파리 1일차 여행을 하자고 해서,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다.

 

우선 숙소에서 걸어서 몽파르나스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일단 마드리드로 가는 야간열차 표를 끊었다. 163EUR이 아깝긴 했지만, 배낭을 잃어버린 지금 나에게 여행을 계속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았다. 마드리드로 돌아가 이제 시험공부에 전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파리 구경을 시작했다. 일단 뤽상부르그 공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원에 다가서자 경찰들이 쫙 배치되어 있고 통행이 통제되어 있었다.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공원은 보지 못한 채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판테온에 도착했다. 판테온을 구경하고, 이어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시테 섬을 향해 걸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멀리서부터 보아도 위용이 있어 보였다. 굉장히 컸다. 마르세유에서도 노트르담을 본 적이 있지만, 그것에 비하면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진짜 컸다. 다만 위용있던 외관에 비해 내부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이러한 고딕 양식에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성당은 스페인에서도 많이 봤던 것이었다. 다만 노트르담 대성당은 스페인의 성당들과는 달리 안에 화려한 벽화나 조각(?)들이 없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구경하고, 그 다음에 다시 세느 강을 건넜다. 강을 건너자마자 나오는 시청을 보고, 이제는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했다. 다만 이날은 화요일이라 휴관이었다. 겉에서만 구경했지만, 루브르 박물관은 굉장히 컸다.

 

루브르 박물관을 관통(?)하자 바로 콩코드 광장과 오벨리스크가 나왔다. 게임(C&C)에서 보던 것을 실제로 보니 뭔가 묘했다. 실제로 굉장히 컸고, 외벽에 여러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다. 번화가답게 사람도 많았고 가로수에 카페들이 꽤 많은 모습이 운치가 있어보였다. 그리고 유명 브랜드의 매장도 꽤 많았다.

 

이때 시각이 한시쯤이었으므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마카롱으로 유명한 한 카페로 들어왔는데, 마카롱은 후식이고, 뭔가를 먹어야 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결국 우리는 잠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근처의 피자집으로 들어갔다. 거기도 가격은 매한가지였지만 더 이상 움직이기는 귀찮아서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피자와 스파게티를 시켰다. 그런데 너무 맛이 없었다! 피자는 짰고 스파게티는 소스와 면이 따로 놀고 소스도 신맛이 너무 강했다. 요리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도 비싼 값을 주고 맛없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식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두시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개선문이 나타났다. 따지고 보면 직육면체 형태의 문이었지만, 뭔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개선문이 있는 곳으로 가는 지하도를 찾아, 개선문 가까이까지 가서 보고 다시 나왔다.

 

에펠탑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막상 멀리서도 보이던 에펠탑이 가까워지니 건물들에 가려 잘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지라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샤이요 궁에 서서 한번 바라 보고, 다시 센 강을 건너 가까이서 한번 더 보았다.

 

실제로 에펠탑을 보니 장관이었다. 그냥 경이로웠다. 뉴욕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이런 멋진 조형물을 처음 설치했을 때 흉물이라고 했던 사람들의 생각이 잘 이해되질 않았다.

 

이렇게 우리는 파리를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랜드마크들을 대강은 다 보았다. 우리는 처음에는 오르셰 미술관을 가서 남은 시간을 보낼까 했으나, 중간에 걷다 보니 시간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때가 네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결국 근처의 엥발리드를 구경한뒤, 민박집으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침 9시 반부터 쉼없이 파리의 거리를 걸었었다.

 

민박집에서 한시간 가량 휴식을 취한 뒤, 나는 다시 일어섰다. 보지못한 몽생 미셸, 오마하 해변, 그리고 파리의 박물관들을 뒤로 한채, 미완의 여행을 아쉬워하며 마드리드로 가는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