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e Traveler

프랑스·베네룩스 여행 셋째날(브뤼셀)

땡그랑한푼 2014. 11. 2. 16:28



2011. 5. 9

 

일어나 아침을 먹고 8시 53분인 기차시각에 늦지 않게 숙소를 나섰다. 기차는 늦지 않게 탔지만, 전에 포스팅 했다시피 나는 여기서 배낭을 도난당하고 말았다.

 

허망한 기분으로 브뤼셀에 도착했다. 일단 파리로 가는 표를 알아보았다. 여기서도 일이 한번 꼬였다. 브뤼셀-파리를 연결하는 직통열차 탈리스(Thalys)는 좌석이 다 매진되고 없다고 했다. 어떻게 파리로 가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몬스(Mons)라는 도시로 간 뒤, 거기서 기차를 갈아타고 리유 플랑드르(Lille Flandres)로 간 뒤, 거기서 TGV를 타고 파리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몬스로 가는 기차는 1시 반경에 출발 예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부득이 브뤼셀을 겉핡기식으로 보는 걸로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오줌누는 소년상부터 보기로 했다. 길을 찾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간판이 있어서 찾아낼 수 있었다. 가이드북에 나온 설명처럼 명성에 비해 평범하고 작은 소년상이었다.

 

근처의 고디바에서 쵸콜릿을 사고, 푸남뷸에서 와플을 하나 샀다. 굉장히 많은 양의 크림을 얹어 주었다. 맛은 있었다.

 

이어 그랑 플라스로 향했다. 가는 중간에 시청을 보았다. 높은 첨탑과 웅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해외를 돌아다니면 시청사가 독특하긴 해도 평범한(?) 규모였는데, 브뤼셀의 시청사는 느낌이 달랐다.

 

그랑 플라스에 도착했다. 광장이 길드하우스를 비롯한 건물들로 둘러쌓여 있어서 그런지 지금껏 보아 왔던 광장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수박 겉핡기식으로 브뤼셀 중앙역 서쪽 부분을 보고, 시간이 약간 남았다. 중앙역 동쪽으로 가 브뤼셀 공원과 왕궁을 보았다. 보았다기 보다는 거의 찍고 오는 수준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EU 본부 구경을 못하는 것이 제일 아쉬웠다. 그렇게 브뤼셀 구경을 마무리 짓고, 파리로 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기차를 갈아타는 데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놀란 점은 리유 플랑드르의 경우 처음 듣는 도시인데 도착하니 역이 굉장히 큰 편이었다.

 

리유 플랑드르 역에서 환승할 때 약간 시간이 남아 파리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직원과 의사소통이 잘 되질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가지고 있는 유레일패스를 활용해보고자, 프랑스 구간은 패스를 써서 예약료만 지불하고(내가 가지고 있던 패스는 셀렉트 패스로, 베네룩스, 독일, 프랑스 한정이었다.), 스페인 구간만 정상 요금을 지불하면 안되냐고 물었지만 직원은 안되고, 163EUR 전체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만한 돈이 수중에 없었다. 마드리드행 기차표를 구하는 것은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차를 두번이나 갈아탄 끝에 오후 5시에 파리 북역으로 나는 다시 되돌아왔다. 축 처진 채 미리 예약을 해 두었던 민박집으로 향했다.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고, 주인 아주머니와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비용 얘기를 했더니 한국에 연락해서 자기 계좌로 돈이 입금되면 자기가 유로로 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아버지에게 메일을 썼다.

 

어떤 분이 자기가 새 칫솔이 있다며 칫솔을 하나 주셨고, 다른 분이 자신의 세면도구를 쓰는 것을 허락해주셨다. 그리고 민박에서 수건을 제공해주셨다. 그런 도움들 덕분에 나는 씻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