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e Traveler

아란후에스 여행

땡그랑한푼 2014. 9. 16. 22:17



2011. 4. 23

 

Aranjuez. 내가 사는 Residencia Vertice를 지나가는 마드리드 교외선(Cercanías) C-3의 종점인지라 이름은 친숙했지만, 관광지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여기 도착하고 한 한달 쯤 지났을 때, 룸메이트인 B형의 가이드북을 보고서야 아란후에스가 관광지인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별로 유명한 데는 아닌 것 같아서 여행 우선순위는 들지 않고 나중에 시간이 나면 가 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4월 9일의 불운으로 인해 나는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고, 두문불출하던 1주일 중 두 번째 외출 장소를 아란후에스로 결정했다.

 

쿠엔카와는 달리 아란후에스까지는 30분 밖에 걸리질 않고, 바로 집 앞에서 기차를 타면 됐으므로 느긋하게 준비하고 나갔다. 10시 45분 기차에 몸을 싣고, 30분을 달리니 아란후에스가 나타났다.

 

역을 나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지도는 없었지만 전날 구글 지도를 미리 봐 뒀었고, 또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찾아 시내로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관광지 설명 간판에는 영어도 같이 표기가 되어 있었다. 마드리드 시내보다 더한 친절에 은근히 놀랐다.

 

가만히 보니 아란후에스는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자그마한 시골 소도시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접 본 아란후에스는 달랐다. 관광객도 꽤 많았고, 도시 자체도 규모가 좀 있어보였다.

 

기차역에서 15분쯤 걸으니 아란후에스 왕궁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은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줄이 좀 있었고, 입장료도 5EUR이나 되었으므로 일단 보류했다. 왕궁 주위의 이슬라 정원과 파르테레 정원을 구경했다.

 

산 안토니오 광장을 거쳐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처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던 걸 건물 사이에서 출입문을 발견해 들어갔다. 지도를 받아들고 다시 나왔다.

 

천천히 남쪽으로 걸었다. 중간에 시장이 있어서 들어갔다. 마드리드에서 봤던 산 미겔 시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가게도 육류, 생선, 그리고 제과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이 꽤 있었고, 활기가 넘쳤다. 그 느낌에 천천히 한바퀴 돌며 구경을 했다.

 

시장 밖으로 나오니 광장과 시청사가 눈에 보였다. 남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지도에 유적이라고 표시된 건물이 한 두개 있긴 했지만 그렇게 특징적인 건물은 아니었다. 그냥 시가지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마드리드, 카스티야와는 다른 느낌의 도시였다.

 

남쪽의 투우 광장에서 몸을 돌려 다시 북쪽으로 걸었다. 왕자의 정원으로 갔다. 수목이 우거진 평범한 정원이었다. 간단하게 15분여만 산책을 했다.

 

시간을 보니 기차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의외로 갈 때는 기차역이 멀어 보였지만, 무사히 1시 반 기차를 출발 직전에 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