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여행 (6) - 엘 라스트로, 장식 박물관, 프라도 미술관
2011. 3. 27
여섯번째 마드리드 나들이의 목적지는 마드리드의 벼룩시장 El rastro, 그리고 장식 박물관, 그리고 저번에 다 보지 못한 프라도 미술관이었다.
이날부터 서머타임 시행으로 시간이 한 시간 당겨졌다. 원래대로라면 일어났을 때 8시 반이어야 되는데 9시 반이었다. 씻고 아침을 먹고 11시 기차를 탔다.
아토차 역에서 내려 걸었다. 한 15쯤 걷자 거리에 좌판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Calle de la Ribera de Curtidores에 들어서자 꽤 많은 수의 사람들과 좌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엘 라스트로였다.
약간 경사진 길을 올라가며 천천히 구경을 했다. 너무 기대를 하고 가서 그런지 약간의 실망도 있긴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별의별 물건이 다 있었다. 거의 백화점을 노천으로 빼 놓은 수준이었다. 다만 딱히 사려는 물건이 있어서 간 것도 아니었고, 딱히 끌리는 물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므로 물건을 사지는 않았다.
카스코로 광장과 마요르 광장을 거쳐 솔 광장으로 갔다. 거기서 방향을 잡아서 두 번째 목적지인 장식 미술관으로 갔다. 중간에 경관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길을 걷는데 갑자기 경관이 다가와 "¡Buenos Diaz!"라고 말을 걸더니 여권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당황했지만 미심쩍어 하면서도 여권을 보여주니 신분과 비자를 확인하고는 그냥 보내 주었다. 별일은 없었지만 뭔가 기분이 나빴다.
장식 미술관은 시벨레스 광장과 마드리드 우체국 뒤켠에 숨어 있어서 찾는데 살짝 노력이 필요했다. 3개 층으로 이루어진 그리 크지 않은 박물관이었다. 의외로 리스본에서 본 장식 미술관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접시, 꽃병, 항아리 등의 장식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또 옛날 귀족들의 방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한시 반이 조금 넘어서 구경이 끝났다. 약속 때문에 솔 광장으로 되돌아갔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El Corte Inglés에서 시간을 조금 때웠다.
만나기로 한 J양을 만났다. 한 바에서(?!) 점심을 먹고 그 다음에 맥도날드로 자리를 옮겨서 계속 수다를 떨었다. 원래 만나기로 한 목적은 J양의 여행을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을 빌려주고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 얘기는 계속 저번 주에 갔던 발렌시아 얘기+다양한 잡담으로 흘러갔다. 안달루시아에 대해서 얘기한 내용은 전체 대화 시간의 1/10이나 되었을려나?
이날은 기필코 프라도 미술관을 갈 생각이었기에, J양과 만남 후 5시까지 남는 시간은 맥도날드에서 가져온 넷북을 가지고 시간을 대충 때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J양이 5시까지 남아줬다. 그래서 우리는 5시 반까지 무려 세시간 동안 수다를 떨다가 헤어졌다.
프라도 미술관으로 갔다. 이번에는 긴 줄에 주눅들지 않고 줄을 섰다. 확실히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느린 편은 아니었다. 약 15분쯤 기다렸더니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저번에 보지 못한 0층의 절반과, 1층의 약간을 구경했다.
고야의 "5월 2일"과 "5월 3일"을 보았다. 유명한 작품이고, 그리고 이상하게 그림이 발길을 옮기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보통 그림을 길게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 그림 앞에서는 한 5분쯤 서 있었던 것 같다.
한 시간쯤 미술관 관람을 하니 저번에 보지 못한 곳들도 다 본 것 같았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에 늦지 않게 미술관을 빠져나와 아토차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