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e Traveler

발렌시아 여행 둘째날

땡그랑한푼 2014. 9. 11. 23:08



2011. 3. 20

 

알람 소리에 퍼뜩 깨어 일어났다. 몸이 약간 찌뿌둥했지만 힘을 내 짐을 꾸렸다. 버스 시간인 세시 반까지 발렌시아에 남아있는 볼 것들을 봐야 했다.

 

묵었던 호스텔(호스텔이라기 보다는 아파트 네트워크였지만)은 굉장히 맘에 들었다. 일단 파야스 기간임에도 하루만 묵는 나를 받아줬고, 관리 아저씨 분도 굉장히 친절했다. 근처까지 와서 길을 못 찾아오자 데리러 와 주었고, 발렌시아 지도도 주고 관광지 설명도 해 주었다. 그리고 시설도 화장실 두개에, 부엌에는 먹을 것이 풍부하게 있었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왕립 공원(Jardines de Real)에 들르는 것으로 둘째날 여행을 시작했다. 이어서 투리아 공원을 가로지르며 사이언스 파크 쪽으로 걸었다. 주말 오전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산책이나 운동을 나온 사람이 꽤 되었다. 햇살은 맑았고, 기온은 적당했고, 나무들은 푸르렀다. 어제 종일 걷느라 피곤할 다리일텐데 그런게 느껴지지 않고 발걸음이 가벼웠다.

 

한 시간이 조금 못되게 걸어 사이언스 파크에 도착했다. 잔잔히 비치는 물결에(건물들이 죄다 물 한가운데 섬처럼 지어 놓았다.) 미래 건물들처럼 지어 놓은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호스텔 관리아저씨가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신신당부 했던 터라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만 감상을 했다.

 

이어서 해변을 향해서 걸었다. 지도와 길이 약간 달라서, 난데없이 철로로 가로막히기도 하고, 엉뚱한 지명의 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해변으로 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먼저 항구가 나타났고, 그 다음에 모래사장을 낀 해변이 나타났다. 푸른 바다를 보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올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오길 잘 한 것 같았다.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어제 못 먹은 발렌시아의 명물 파에야를 먹기로 했다. 그런데 해변가의 식당이 가격은 둘째치고 한곳은 예약이 다 차있다고 했고, 몇몇 곳들은 최소 2인 이상 시켜야 했었다. 간신히 한 곳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파에야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Arroz a Banda를 대신 먹어야 했다. 파에야와 비슷한 메뉴이긴 했는데 해물만 있는 메뉴였다. 솔직히 맛없는건 아니었지만 발렌시아만의 특출난 맛이 있다고도 느껴지지 않았다.

 

점심을 마치고 해변 구경도 마치자 한시가 다 되어갔다. 발렌시아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로 잡은 발렌시아 현대미술관(Isntitut Valenciá d'Art Modern)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지하철역이 근처에 있는 것을 지도에서 보고 걷는데 잘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나중에서야 Metro가 지하철이 아니라 노면 전차를 말하는 것임을 알았다. 게다가 환승역이라도 역이 겹쳐 있질 않았다. 처음 찾은 정거장에서 한 아저씨가 설명을 해 준 덕분에 타야하는 노선의 정거장을 올바르게 찾아갈 수 있었다.

 

이용 방식이 독특했다. 정거장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뽑는데, 이 표는 1회권이 아니라 충전해서 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타기 직전에 정거장에 설치된 기계에 표를 대서 표를 활성화시켜야 됐다.(이때 해당 여행횟수가 차감된다) 그렇게 해서 무사히 전차를 타긴 했는데, 문제는 잘못된 노선의 전차를 타고 엉뚱한 곳으로 가 버렸다.(내가 타려는 노선이 두 노선이 같은 선로를 이용하는 곳이었다.) 엉뚱한 곳으로 간다는 것을 느낀 순간 곧바로 내렸으나, 막막했다. 발렌시아 현대미술관까지 걷지 못할 거리는 아니었으나 너무 피곤했고, 또 한참 걷기 위해 2.4EUR이란 표값을 지불한 것은 아니여서 망설였다. 무료하게 한 30분간 기다리는데도 전차가 다시 오지 않자, "에잇, 그냥 다시 걷자!"라고 생각하고 일어나는 순간, 전차가 나타났다.

 

덕분에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발렌시아 현대미술관에는 두 시가 넘는 시간에서야 도착했다. 빨리 관람을 시작했다. 가이드북에 나온 설명대로 주로 스페인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모아 놨었다. 특별히 인상깊은 작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태껏 화려한 축제속에서 돌아다니느라 지친 심신을 안정시키고 발렌시아 여행을 마무리하는 장소로서는 제격이었다고 생각했다.

 

미술관에 있으면 시간이 빠르게 가는 편은 아닌데, 한 시간은 굉장히 빨리 갔다. 세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미술관을 나와 버스터미널로 갔다. 화려한 파야스의 추억을 안고 발렌시아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