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e Traveler

일본 여행 첫째날(도쿄)

땡그랑한푼 2014. 5. 13. 22:18



2010. 8. 21

 

일본 여행도 PlanB로 시작했다. 원래 이번 방학 때 가고 싶은 곳은 유럽이었다. 유럽을 영국을 잠깐 갔다 온 것 빼고는 나머지 국가는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 여행계획은 대학생 때는 먼 곳으로, 졸업 하고는 가까운 곳으로 가려는 계획이었다. 왜냐하면 졸업하고 나서는 긴 시간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교환학생 선발 과정이 여행의 발목을 잡았다. 교환학생 선발 2차면접이 8월 말에 있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한국을 떠날 수가 없었다. 결국 단기간(1주일 가량)에 갈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일본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과 동남아도 가까운 곳이긴 했지만, 그곳은 아직까지 내키질 않았다. 동남아 여행을 계획했던 3년 전과 달리 용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일본으로 결정했다. 원래 기간은 1주일을 좀 넘게 잡으려고 했으나, 같이 가기로 한 브라운군이 망설이는 동안에 적당한 비행기표들이 다 사라져 버렸다. 결국 선택한 것은 또 아시아나의 할인 항공권. 그런데 일본행은 7일의 제한이 걸려있었다. 그래서 여행기간은 1주일로 결정되었다. 나중에 브라운군이 여행을 포기해 결국 또 나 혼자만의 여행이 되었다.

 

비행기가 아침 일찍(8시 반)이었기 때문에, 여섯 시 반이라는 이른 시각에 짐을 챙겨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조금 초조하긴 했지만, 김포공항에 늦지 않게 7시 반에 도착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환전한 돈을 찾고, 수속을 밟는 곳으로 올라오니 아침부터 꽤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줄을 설 여유는 없다고 생각해서 곧바로 Self-check in 기계로 탑승권을 뽑았다. 롯데리아에서 아침을 먹고,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거쳐 늦지 않게 7시 40분쯤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는 저번에 뉴욕을 갈 때 탔던 대형 비행기가 아닌, 국내선에 쓰는 것과 똑같은 중형 비행기였다. 8시 반 이륙이라 기내식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내식이 나왔다. 얼떨결에 아침을 두 번 먹게 되었다.

 

간사이 공항에는 10시쯤 도착했다. 어차피 영어를 못 읽는 것은 아니지만, 공항 내 간판에 한글이 나와 있어서 이동이 훨씬 편했다. 이곳의 입국 심사에서도 지문을 채취했다. 지문 채취는 요즘의 유행인가?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고, JR 간사이 공항 역에서 JR 패스를 교환했다. 그곳 역 직원은 영어를 꽤 잘했다. 게다가 신오사카역까지 가는 방법만을 물어봤을 뿐인데, 친절하게 간사이공항->신오사카->도쿄로 가는 티켓을 끊어주는 친절도 베풀었다.

 

JR 간사이공항 역에서 하루카 특급을 타는 것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신오사카까지는 한시간이 걸렸다. 다음에 타야 될 신칸센까지는 한시간이 남아서 일단 신오사카역을 간단히 구경했다. 역 구내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간단히 간식을 샀다.

 

도쿄까지 가는 히카리 신칸센을 탔다. 내가 알기론 일본은 철도가 협궤인데, KTX보다 넓었고(한 줄에 다섯 좌석이 있었다.) 죄석 간격도 넉넉했다. (알고보니 신칸센은 표준궤였다.) 편안히 여행할 수 있었다. 도쿄까지 걸리는 세시간 중 두 시간은 잤고, 한 시간 가량은 창 밖 경치를 구경하며 도쿄 여행 계획을 짰다.

 

세시에 도쿄에 도착했다.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첫 날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갔다. 마루노우치 중앙입구로 나와 첫 목적지인 고쿄(황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쿄까지 오는데도 덥다는 것을 느껴지만, 밖에 나와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니 더위가 확 느껴졌다. 순식간에 목이 타고, 옷은 땀에 절어버렸다.

 

도쿄 역에서 나와 도쿄 역을 뒤돌아봤는데, 개축 공사때문에 가림막이 도쿄 역을 가리고 있었다. 도쿄 역의 모습도 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는데 못 보니 아쉬웠다.

 

고쿄 히가시교엔(황궁 정원)을 구경했다. 중간중간 호위무사의 집 등의 옛스런 건물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평범한 공원이었다. 사실 걷는데 너무 더웠다. 썩 좋은 평가를 내려주기 힘들었다. 게다가 안 좋은 사건도 있었다. 텐슈다이에서 사진을 찍고, 가방을 보다가 경악했다. JR패스가 사라진 것이었다. 이리저리 아무리 뒤져봐도 없었다. 난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터벅터벅 고쿄를 빠져나와 일본 국회의사당에 갔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 지도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짧은 거리가 아니라 십여분 가량 걸어야 했다. 더위 속에서 걷느라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의사당 앞에는 굳게 철문이 처져 있어서 건물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도쿄역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땅바닥을 보며 걸었지만, JR패스 같은 것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제 돈을 내고 전철을 타고 긴자로 향했다. 너무 목이 말라서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먹기 위해 지갑을 열었는데, 나는 또 한가지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지갑에 꽂아둔 카드가 사라진 것이었다. 여행 첫날부터 정말 액땜이 너무 심했다.

 

일단 긴자에 닿았다. 긴자는 꽤 번화가였다. 뉴욕의 타임 스퀘어를 연상시켰다. 상점에 들어가서 아이쇼핑을 하고 싶은 맘도 없지는 않았으나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내키지 안았다. 게다가 땀냄새가 쩌는 지금 내 모습이 별로 백화점에 들어가기에 적절한 상황도 아니었다.

 

사실 긴자에 온 이유는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맛집에서 저녁을 먹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잘 길을 찾아보아도 그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고 별로 배도 고프지 않아 그냥 전철역으로 돌아왔다.

 

숙소가 있는 신오쿠보로 향했다. 신오쿠보역에서 오쿠보역에서 걸어가는 동안 가격이 싸 보이는 식당이 하나 보이길래 들어갔다. 특이하게 가게 앞의 자판기에서 메뉴를 뽑게 되어 있었고, 식당은 마주보는 테이블이 없이 전부 혼자 앉게 되어 있었다. 햄버그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첫날 여행은 안 좋은 기억을 남긴 채 일단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