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e Traveler

미국 동부 여행 여덟째날(워싱턴DC)

땡그랑한푼 2014. 4. 26. 17:21


2010. 2. 23


워싱턴DC에서 숙소로 정한 민박은 교외에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민박 주인 아주머니께서 자녀를 통학시키며 가는 차에 얻어타고 10분을 달려야 겨우 지하철 종점에 닿을 수 있었다. 거기서 다시 지하철을 30여분 타야지 워싱턴 시내에 닿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자녀 통학시키는 시간이 9시 쯤이라서, 워싱턴 DC중심부에 도착했을때는 9시 반이 넘어 있었다. 묵었던 민박은 가격에 비하면 상당히 깔끔했고 주인 부부 내외의 대접도 융숭했지만, 교통여건은 좀 흠결이었다.

 

아침부터 해프닝이 있었다. Farecard(워싱턴DC에서 쓰는 자기식 대중교통 티켓. 찰리티켓과 비슷하게 원하는 액수의 금액만큼 충전해서 사용가능) 충전을 잘못했나 출구에서 페어카드를 넣어도 출구가 열리질 않았다. 내부에 있는 Exitfare machine에서 충전을 하려는데 문제는 잔돈이 없었다. 직원에게 말을 하니 "잔돈을 준비하는 것은 니 책임이지 우리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더니 게이트를 열어주며 그냥 나가라고 했다.

 

아무튼 그런 해프닝 끝에 일단 첫 목적지인 백악관으로 가기 위한 지하철역에서 내렸다. 근처에 서브웨이가 눈에 띄어 일단 거기서 아침을 먹었다.

 

라파예트 광장을 지나 백악관을 보았다. 백악관은 생각보다 작았다. 정말이었다. 백악관이 원래 이렇게 아담한 곳이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백악관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쭉 둘러보았다. 백악관 옆에 재무성 건물이 있어서 그것도 간단히 구경하였다.

 

백악관 구경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역으로 일단 갔다. 여행일정을 바꾸어서 기차표를 취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창구직원은 대뜸 예약번호부터 요구하였다. 신분증의 이름만으로 처리되리라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다. 어찌어찌 한개는 처리했는데, 워싱턴에서 출발하지 않는 나머지 두개는 예약번호를 모르면 취소할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취소하기로 했다.

 

역을 나오니 저만치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걸어서 다가갔다. 실제로 보니 정말 웅장했다. 길 옆에 연방대법원 건물도 보였다. 건물은 비록 국회의사당에 비해 단촐해 보였지만, 대법원 건물에는 그걸 멋있게 하는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건물 위쪽에 새겨져 있는 "Equal, Justice under Law"라는 문구였다.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갔다. 검색을 거치고 방문객 센터에서 투어티켓을 받았다. 운 좋게도 투어가 거의 바로 시작되었다. 먼저 국회의사당의 역사와 의회 시스템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의회시스템의 핵심을 "Out of many, one"이라고 압축적으로 표현한 문구가 인상 깊었다. 이후 가이드를 따라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제일 신기했던 것은 역시 어떤 방에서 가이드가 메아리 원리를 이용해 먼 곳에서부터 소리를 전달했을 때였다.

 

투어를 마치고 안쪽에 전시실이 있어서 구경했다. 흥미로운 것들이 있는 건 아니어서 주의깊게 보지는 않았지만, 상원·하원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과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한 것은 유심히 보았다.

 

국회의사당을 나오니 어느덧 한시였다. The Mall 한가운데로 천천히 걸으며 자연사 박물관 쪽으로 향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주변, 워싱턴 기념탑부터 국회의사당 사이에는 박물관이 꽤나 많은데, 대부분이 스미소니언 소속이었다.

 

자연사 박물관을 구경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포유류관, 광물 갤러리 쪽을 흥미깊게 보았다. 한국 갤러리에도 가 보았다. 내용이 많거나 알찬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박물관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자연사 박물관은 꽤 넓었다. 사실 넓은 것을 아니까 오후 내내 거기서 시간을 보낼려고 원래 계획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표본들을 보며 설명을 읽는 것이 익숙치 않았다. 네시 반쯤 자연사 박물관을 나왔다.

 

바로 옆의 미국 역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갤러리를 찾아 헤매었다. 그러다 America on the move라는, 미국 미국 교통수단의 발달사를 다룬 갤러리를 찾아내 흥미롭게 관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관람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폐관시간인 다섯시 반이 되버렸다.

 

박물관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페더럴 트라이앵글을 잠깐 들렀다. FBI건물을 비롯해 다양한 관청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어제처럼 숙소에서 픽업을 나와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