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여행 둘째날(뉴욕)
2010. 2. 17
오늘도 일찍 깨어나긴 마찬가지였다. 새벽 3시. 일단 어제 피로로 인해 전혀 쓰지 못한 여행일지를 썼다. 여섯시가 가까워지자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도 7시가 되기 무섭게 숙소를 나섰다. 날씨가 맑으니 오늘은 어제 보지 못한 자유의 여신상을 볼 차례였다. 배터리파크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강가(?)에 서니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 공원을 대충 구경하며 자유의 여신상에 가는 페리의 티켓을 판다는 성 클린턴 캐슬로 이동했다. 페리 타는 곳을 보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줄이 꽤 되었다. (페리 첫 출발시각은 9시 반.) 그래서 나도 얼른 표를 사서 대열에 합류했다.
공항 같은 검색(Airport-style security check ahead)라더니 사실이었다. 검색을 마치고 나는 무사히 첫 페리에 올라탈 수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자유의 섬(Liberty Island)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여 분이 지나자 창밖으로 자유의 여신상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배가 선착장에 닿자, 나는 페리 앞쪽에 있다가 뛰어나갔다. 괜히 기다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자유의 여신상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또 한번 검색을 거쳐야 했다. 자유의 여신상 내부에 들어서자 일단 박물관이 나왔다. 자유의 여신상 제작과정에 대한 자세한 얘기들이 설명되어 있었다. 구경을 마치니 계단이 나타났다. 친절하게도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으로 15여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깟 계단 하며 걸어 올라갔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어쨌든 걸어 올라가니 대좌(Beacon) 끝부분까지 올라갈 수 있었고, 그 위로 왕관부분까지는 사전 예약자에 한해 올라갈 수 있다고 막혀 있었다. 난간쪽으로 나갔다. 멀리 보이는 맨해튼의 경관이 장관이었다. 자유의 여신상도 한번 올려다본 뒤 내려왔다.
천천히 자유의 섬을 돌며 자유의 여신상과 바다너머로 보이는 뉴욕을 구경한 뒤 페리 선착장으로 되돌아왔다. 페리를 타고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엘리스 섬이었다. 이곳은 18~19세기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최초로 도착하여 입국심사를 받던 곳이었다. 그 사무실을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조해 두었다. 미국 이민의 역사와, 그 당시 엘리스 섬에서 이루어진 입국심사 과정에 대해 잘 전시되어 있었다.
페리를 타고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오니 한시였다. 월스트리트로 향했다. 가이드북의 설명처럼 마천루들이 벽처럼 서 있었다. 비록 뉴욕 빌딩의 특성상 금융기관들의 간판은 보이질 않았지만, 뭔가 세계경제의 중심지 이런 기운은 느낄 수 있었다. 한번 쭉 둘러본 뒤, 마지막으로 황소상을 보고 월스트리트를 뜨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뒤져도 황소상이 보이지 않았다. 길을 물어 황소상을 찾아가니, 엉뚱하게도 월스트리트에 오기 전 지하철을 탔던 배터리 파크 근처 지하철역에 황소상이 서 있었다.
황소상을 구경하고 다시 타임즈스퀘어로 향했다. 뮤지컬 티켓을 끊기 위해서였다. 중간에 시청역에서 내려 시청을 잠깐 구경했다. 타임즈스퀘어에 도착하니 두 시 반인데 벌써부터 줄이 꽤 있었다. 그래서 그냥 30분 기다리기로 했다. 3시가 되자 박스오피스가 오픈했다. 그런데 내가 보고 싶은 맘마미아가 발매 리스트 중에 없었다. 고민했다. 들어본적 없지만 새로운 뮤지컬에 도전해볼까, 아니면 그냥 오페라의 유령을 한번 더 볼까......내 차례가 될 때까지 계속 고민했다. 내 차례가 되어 직원이 묻자 내가 대답한 것은 결국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뮤지컬 티켓을 끊으니 세시 반이 되었다. 뮤지컬 공연은 8시였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어제 휴관이어서 가지 못한 현대미술 박물관으로 향했다. 폐관시간이 다섯시 반이므로 서둘렀다. 네시 좀 넘은 시각에 현대미술 박물관에 닿았다. 다행히 입구에 줄은 없었다. 들어간 뒤 가이드북에 적힌대로 5층부터 시작하며 내려오며 관람을 했다. 듣던대로 유명 작가의 작품이 많았다.
3층까지 관람을 마치니 문닫을 시간이 되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향했다. 사실 가까이서 보니 사진만큼 으리하지는 않았다. 전망대까지 올라갈까 말까 굉장히 고민을 했는데, 야경이 별거인가 하는 생각과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올라가질 않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구경을 마치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뭘 할까 고민하다 근처 메이시스(미국 백화점)에 들러 시간을 때웠다. 백화점이 우리하고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다.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는 극장으로 갔다. 두번째로 보는 거라 감동은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인상깊은 뮤지컬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10시 반이었다. 지하철이 왠지 내키지 않아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