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여행 둘째날(경주)
2007. 1. 18
둘째날이 되었다.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알람을 맞춰둔 시간을 넘어선 6시 55분이었다. 깜짝 놀라 확인을 해보니 5시쯤 깨어나서 알람시간을 바꾸고 다시 자며 어이없게도 4시 45분으로 맞춰둔 것이었다.
어쨌든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짐을 챙겨 여인숙을 나섰다. 여인숙은 조금 좁긴 하고 기차소리, 차소리가 들리는게 흠이었지만 어쨌든 잘만했다.
편의점에서 대충 아침을 때우고 감은사지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추위속에서 버스를 30분이 넘게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일정을 바꾸어 먼저 불국사를 가려고 생각하려던 찰나 드디어 버스가 나타났다.
감은사지까지 가는 데는 무려 50분 가량이 걸렸다. (아, 참고로 경주의 버스요금도 1300원이었다-_-) 그렇지만 감은사지는 말 그대로 절터여서 황량한 절터에 3층석탑 하나가 서 있는 것이 전부였다. (뭐 바로 옆에서 또 복원공사를 하긴 하더만...) 조금 더 걸어서 본 문무대왕릉도 바다 위의 바위가 전부여서 조금 실망했다.
다행으로 대왕암 사진을 몇장 찍고 발걸음을 돌리자마자 버스가 왔다. 기사님이 친절하게도 정류장이 아닌데도 태워 주셨다. 시내로 가서 박물관을 보든가 아니면 바로 불국사 가는 버스를 타려 했지만,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아 계획을 다시 바꿔 보문관광단지에서 내렸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을 때 보문호를 자전거를 타고 돌면 괜찮다는 걸 본 것이 생각나서였다.
대충 자전거를 빌려서 보문호를 한바퀴 돌았다. 오르막길도 간간히 있었지만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좋았다. 두시간은 걸릴거라는 대여점 아주머니의 말과는 달리 보문호를 한바퀴 도는데 한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드디어 경주의 문화재중 가장 유명할 뿐 아니라, 이번 여행의 목적 중에서도 궁극적 목적이라 할 수 있는 불국사를 향해 이동했다. 불국사는 꽤나 큰 규모의 절이었다.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자랑스러운 문화재이기도 했다. 다만 내가 지금까지 구경한 절들과 뭔가 차별성이 없었던 거 같아 아쉬웠다.
그 다음으로 석굴암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떨어져 있으며,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걸어서 갈까 했으나 "60분간 등산하셔야 합니다."라는 관광안내소 직원의 말에 포기하고 50분 뒤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일단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석굴암에 가는 셔틀버스에 올라 탔다. 불국사도 만만치 않은 산중에 있었지만 석굴암의 위치는 완전 첩첩산중이었다. 꼬불꼬불 산길을 약 15분간 달려 석굴암에 도착했다. 석굴암도 불국사처럼 꽤 비싼 입장료를 받았지만 에딘버러 성의 입장료를 생각하며 참았다.(에딘버러 성의 입장료는 약 10파운드로 원화로 치면 17000원 가량-_-) 석굴암은 생각보다 작았다. 무엇보다 출입구를 유리로 막아놔서 석굴암을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다. 문화재 훼손문제도 이해가 가지만 전면에서는 입구쪽의 사천왕 몇명과 정중앙의 본좌본존불밖에 보이지 않을 걸 어떡하란 말인가? 조금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석굴암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가는 셔틀 버스는 4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그냥 걸어서 불국사까지 가기로 했다. 하산하는 길이라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또 조금 빨리 걸어서 조금 써서 50분 정도 걸린다는 거리를 35분정도에 돌파해 버렸다.
불국사로 돌아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한 생각은 민속공예촌을 가는 것이었지만, 얼떨결에 시내버스를 잘못 타 시내쪽으로 가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내렸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그런데로 관람할 만 했다.
박물관을 관람할 때 부터 어깨와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그만 둘 순 없었다. 박물관 위쪽의 유적들로 차근차근 이동했다. 임해전지, 반월성과 석빙고, 계림, 첨성대, 대릉원을 차례대로 구경하고 나니 5시 반이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경주시내권에서 구경할 것도 없었다.
이렇게 드디어 둘째날의 길고 힘든 여정을 마쳤다.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시내로 이동했다. 우리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해 지갑을 채우고, 저녁을 먹고, 근처의 모텔에 대충 기어들어갔다. 씻고 일지를 쓴 다음 9시에 침대에 누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