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책, 책!

수용소의 노래

땡그랑한푼 2013. 9. 29. 23:10

읽는 내내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생각했다. 이건 소설일 것이라고.......나는 소설을 읽은 것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직접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생활을 겪은 사람이다. 북송 재일교포 집안 출신인 그는, 많은 부를 일본에서 가져오신 조부모 덕분에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느닷없이 할아버지가 반동분자로 몰리고, 그의 일가족은 함경도 요덕수용소에 수용된다. 그렇게 그는 청소년기 10년간을 수용소에서 보내게 된다.

 

수용소 내의 생활은 말 그대로 끔찍하다. 수용된 사람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 단지 죽을때까지 갇혀서 일하는 존재일 뿐이다. 욕설과 구타, 열악한 생활환경, 그래서 사고로 또는 탈출을 시도하다가 실패로 죽는 사람도 많이 나온다. 책을 읽어갈수록 이런 곳이 "아직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저자는 수용소에 수감되었을 때 성인이 아니어서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수용소의 학교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을 동원해 일을 시키는 곳이다. 그리고 가끔씩 공부라는 미명하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관한 내용을 암기한다. 책에는 농촌지원 활동부터, 토끼에게 먹일 토끼풀을 모으던 일, 땔감을 모으던 일 등 여러 고생기록이 자세히 나온다. 내가 보기에도 어렸을 때 어떻게 저렇게 힘든 생활을 하며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저자가 수용소 생활 10년째 되가던 해 특별사면 조치를 받아 수용소에서 풀려나면서 끝이 난다. 저자는 탈북을 감행, 대한민국에 왔고 이 책은 빛을 보게 되었다.